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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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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두견화전(杜鵑花煎) - 진달래꽃 부침

  • 기사입력 : 2016-04-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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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이 되면 매화를 시작으로 해서 산수유, 개나리, 목련, 진달래, 철쭉 등 갖가지 꽃이 연이어 핀다.

    나무나 풀의 꽃은 그 자체가 주인공이 아니고, 종족 번식을 위한 열매를 맺기 위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사람들 위주에서 볼 때 꽃은 아름다운 구경거리이다. 그래서 요즈음은 꽃을 인위적으로 많이 심어 각종 꽃 축제가 각지에서 다투어 열리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꽃놀이도 하면서 ‘화전(花煎)놀이’라는 것을 했다. 진달래 꽃잎으로 전을 구워 먹으며, 술과 풍악을 곁들여 하루 즐기는 놀이문화를 만들어 냈다. 우리와 문화가 비슷한 중국에는 없었던 독특한 놀이문화이다.

    음력 3월 3일 전후해서 마을 사람들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가서 번철(燔鐵)이나 솥뚜껑을 돌을 괴어 걸고, 불을 때어 달구고 참기름을 붓고 그 위에 찹쌀 반죽을 퍼 놓고 그 위에 진달래 꽃잎 몇 개를 놓아 얇게 구워 내면 그것이 곧 화전(花煎)이다. 그 고소한 맛과 꽃잎 냄새가 어우러져 독특한 향기가 보통 전(煎 : 지짐)하고는 다르고 모양도 좋다.

    진달래는 한자어로 ‘두견화(杜鵑花)’, ‘영산홍(映山紅)’이라고 부르고, 우리말로는 ‘참꽃’이라고도 한다.

    화전놀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하나 있다. 선비들은 화전놀이를 하면서 시 짓기도 같이 했다. 조선 선조조의 유명한 시인 백호(白湖) 임제(林悌)가 어느 해 봄 고향으로 가고 있는데, 어떤 시골 선비들이 냇가에서 화전놀이하며 한시(漢詩)를 짓고 있었다.

    임제가 다 떨어진 옷을 입고 다가가 “매우 배가 고팠는데, 마침 성대한 모임을 만났습니다. 먹다 남은 음식이라도 좀 있는지요? 그런데 선비님들께서 무슨 생각하는 바가 있는 듯한데, 무엇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물었다.

    여러 선비들이 “풍월(風月)을 하고 있는데, 네놈이 당돌하게 들이닥쳐 아름다운 시상을 다 깨뜨려 버렸어”라고 못마땅해했다. “풍월이 무엇인지요?”, “사물에 느껴서 흥(興)을 일으키거나 눈앞의 풍경을 그려내는 거야. 네놈은 글자를 아나?”, “글은 모르지만 우리 말로 지을 테니, 선비들께서 한자로 옮겨 주시지요”라고 대답했다. “한번 지어 봐.”

    조그만 시냇가에서 솥뚜껑 돌로 괴어 / 흰 가루 참기름으로 진달래 전을 부치네.

    젓가락으로 집어오니 향기가 입에 가득해 / 한 해의 봄빛이 뱃속에 전해지누나.

    (鼎冠石小溪邊. 白粉靑油煮杜鵑. 雙箸挾來香滿口, 一年春色腹中傳.)

    여러 선비들이 서로 쳐다보며 이상하게 여겼다. 시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성과 이름을 물어보았다. “임제요.”

    이에 선비들이 크게 놀라며 상석으로 모셔서 즐겼다.

    *杜 : 막을 두. *鵑 : 두견새 견.

    *花 : 꽃 화. *煎 : 다릴 전, 부침.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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