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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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酌川亭 - 고명자

  • 기사입력 : 2016-04-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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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드러지는 것 어디 봄날 꽃들뿐이리

    벚꽃 무색하게 사람들도 흐드러져

    한몫 피었다 지는 한이 있대도

    저 비장한 봄을 위하여 모두들 목매단다

    걸판지게 입담이 오가는 난전

    삶의 의뭉스러움을 툭툭 분질러 놓고

    무더기로 흐드러져 난장판을 빚는다

    소주병 탁배기잔 모로 자로 나뒹구는 평상 위

    겹겹의 슬픔 토해내며

    피곤한 꽃이 되는 순간

    덧없다 소용없다 눈부신 그늘

    오늘은 나도 분분하는 꽃잎이다

    ☞ 왜 술을 마시는가? 사는 것이 힘들어 마시는가? 사는 것이 즐거워 마시는가? 햇빛에 취해서 마시는가? 달빛에 취해서 마시는가? 만남이 반가워 마시는가? 헤어짐이 서러워 마시는가? 그냥 마시는가? 이유 없는 생이라서 이유 없이 마시는가? 왜 술을 마시는가?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작천정(酌川亭)에서 그대 왜 술을 마시는가? 꽃잎이 되려고 마신다! 의뭉스런 세상에 박혀 자란 시커먼 줄기에 터 잡은 생 잠시 떠나, 꽃잎이 되려고, 환히 허공을 떠도는 춤이 되려고, 붉게 익은 마음이 되려고 마신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대답인가! 퇴계 선생은 매화 붙들고 대작(對酌)하시게 시첩 속에 그냥 두고, 오늘은 벚꽃 날리는 酌川亭에서 시인과 마주 앉고 싶다. 이중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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