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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예담] (25) 작곡가 김성재씨의 관현악곡 ‘마산만의 바닷바람’과 마산바다

바람·파도·갈매기가 들려주는 마산만의 노랫소리

  • 기사입력 : 2016-04-1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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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한 언저리에서 어릴 적 추억을 더듬으며 길을 떠납니다.

    추억은 추억으로만 남겨져 있을 뿐 새로운 것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아련한 추억은 옛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아련함에 아마도 그 기억을 고스란히 기억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잔잔한 바람, 따스한 바람이 해안을 따라 불어옵니다. 창공으로 높이 날아오른 갈매기가 바라본 마산만의 풍경은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힘겨운 여공들의 삶, 그리고 해안로를 따라 이어진 바람개비는 새로운 희망을 노래합니다’. - 가녀린 감성으로 마산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곡에 담은 작곡가 김성재씨의 ‘마산만의 바닷바람’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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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곡가 김성재씨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옛 MBC송신소 인근 도로를 거닐며 마산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둘러보고 있다.

    작품은 창원을 소재로 한 관현악 모음곡인 ‘창원 이미지(IMAGE)’의 제2악장으로 2014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5개월 동안 만들어졌습니다. 제1악장은 용추계곡과 진영을 연결하는 옛길을 소재로 한 ‘봉림산의 아침’입니다.

    2013년 곡이 만들어져 2014년 초연됐지요. 그는 올해 아직까지 완성하지 못한 제3악장을 준비 중으로 내용은 부정선거에 항거해 의연히 일어난 3·15 의거를 주제로 작품을 구상 중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작품 ‘창원 이미지’의 제2악장 ‘마산만의 바닷바람’을 이야기할까 합니다. ‘마산만의 바닷바람’은 크게 4개 부분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첫 번째 배경은 ‘가포와 수출자유지역 정문의 해변 그리고 80~90년대 인파로 북적인 마산 창동과 경제의 중심 한일합섬’입니다.

    다음으로 어린 여공들의 삶 속에 작은 위안과 아련한 추억이 남겨진 ‘창동 골목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해안로를 따라 설치된 ‘바람개비’의 모습에서 희망을 노래하지요. 3번째 부분은 첫 부분을 되풀이하고 있어 곡의 흐름이 따스합니다.

    곡의 도입부분은 마치 4/4박자인 ‘고향의 봄’을 패러디한 듯 묘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마산만의 바닷바람은 6/4박자인 안단테 쿠아시 알레그레토(Andante Quassi Allegretto·느리지만 조금 빠른 것처럼)로 해안을 따라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행복감이 밀려오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곡입니다. 그러나 곧 흘러가 버린 시간에 대한 그리움과 쓸쓸함이 곡에 묻어나지요.

    도입부의 중반에 이르면 곡은 다시 3/4박으로 변박돼 한층 가벼워진 느낌이 듭니다. 갈매기가 창공을 높이 날아올라 저 멀리 수평선의 바다와 햇빛을 바라보듯, 곡은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을 연상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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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곡가 김성재씨는 “젊은 시절(대학생) 바다가 좋았고 해변이 좋았어요.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바다만 바라보고 있으면 속이 후련했어요. 막연한 그리움이랄까…, 그래서 가포해변을 자주 거닐었죠. 지금은 옛 추억이 담긴 가포유원지, 가포해수욕장, 카페촌, 가포장어집 등이 신항만 개발과 매립 등으로 어느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졌지만 옛날엔 정말 대단한 장소였습니다”며 옛 추억을 회상합니다.

    고갯길 너머 가포유원지와 카페촌이 있던 곳은 매립돼 사라지고 대형 크레인이 자리 잡은 가포 신항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곡은 어느 순간 다시 무거워지고 힘겨운 여공들의 삶을 대변이라도 하듯 애달프게 들려옵니다. 고난과 시련, 역경을 딛고 일어서려는 여공들의 힘겨운 모습이 곡에서 묻어납니다.

    그는 ‘마산 경제의 한 부분을 책임지고 부흥시킨 여공들의 삶을 꼭 음악에 담고 싶었다’고 합니다. 고된 노동과 턱없이 낮은 임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고향집을 생각하며 묵묵히 견뎌냈을 여공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삶과 열정, 우정과 사랑을 노래하다 보니 곡은 마치 차갑고 무거운 바닷바람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짧은 휴식시간 동료들과의 행복한 수다, 시간이 끝나면 또다시 이어지는 힘겨운 작업의 연속….

    작곡가 김성재 씨는 “이 부분의 곡을 작곡할 당시 계절은 봄이었지만 느낌은 추웠어요. 하지만 마음은 따뜻했지요. 배고픔이 느껴졌지만 배불렀고, 서러웠지만 행복했습니다. 인생에서 힘든 시기는 현재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불행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지난 후에는 오히려 그 시절이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언젠가는 행복해지리라는 믿음 때문 아니겠어요?”라고 말합니다.

    어린 여공들의 삶 속에 작은 위안이 된 창동 골목길은 일종의 해방구였습니다. 일을 마친 어린 여공들이 삼삼오오 창동거리로 몰려나와 우동, 떡볶이, 어갈비 골목, 통술집거리 등을 거닐며 자신들의 꿈을 노래했습니다.

    오랜만에 지인들과 함께 창동 골목길을 거닐며 지난날을 회상해 봅니다. 지금은 50대 중반의 중년여인으로 변했을 여공들을 떠올려보면 정말 그녀들은 진솔하고 따뜻했던 것 같습니다. 오로지 자신보다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며 역경을 견딘 우리의 희망이었습니다.

    작곡가는 마산의 이야기 속에 여공들의 이야기를 꼭 품고 싶었다고 합니다. 구석구석 우리들의 소중한 이야기들이 담긴 추억의 골목길을 걸으며 그들의 삶을 따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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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곡의 음률이 반복되는 세 번째 단락을 지난 곡은 마지막으로 치달으면서 급반전을 합니다.


    곡의 처음 앞부분은 어둡고 무거운 듯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밝고 경쾌해 희망을 전합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섞인 삶에 대한 궁금증으로 힘겨워할 때 무심코 작곡가의 눈에 띈 마산만 해안의 바람개비가 새로운 희망을 전한 것입니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바로 그곳에 위치한 ‘희망의 바람개비’. 예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미래에도 새로운 삶을 꿈꾸며 희망을 노래하자’, ‘희망의 미래를 꿈꾸자’는 깊은 뜻을 담았습니다.

    그는 “희망을 불러내고 싶었습니다. 바람처럼 잡을 수는 없지만 돌아다니던 ‘희망’을 불러내면 마치 우리에게 달려와 안길 거 같아 곡을 밝고 경쾌하게 표현했습니다”고 설명합니다.

    급변하는 도심은 새로운 모습으로 재창조되어 우리의 모든 감각을 사로잡으며 변해갈 것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시간 속에 묻힌 옛 추억이 문득문득 그리울 때가 있을 것입니다. 훗날 그 스치고 지나간 시간들을 뒤돌아볼 때 ‘그리움’과 ‘쉼’이 있는 시간이 소중했음을 깨달을 것입니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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