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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 수원수우(誰怨誰尤) -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랴

  • 기사입력 : 2016-04-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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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光州)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 창당으로 야당이 분열돼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아주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새누리당에서는 300석 국회의원 가운데 절반을 넘어 180석 정도는 확보할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12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전한 참패다. 새누리당 당사자들은 의문일지 모르겠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당연한 결과였다.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이 해 온 일 가운데 국민들이 좋아하려고 해도 좋아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민심은 무섭다. 새누리당 사람들은 일을 맡길 만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정확하게 진단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집권한 이래로 대부분의 분야에서 나아진 것이 거의 없다. 경제 외교 국방 등 모든 게 다 그렇다. 청년실업은 계속 늘어난다. ‘일자리 창출’이라고 외치지만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있다. 기업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라의 경제를 책임진 경제장관팀이 이명박 정부 때보다 훨씬 못하다고 한다. 19대 국회가 문제는 문제지만, 선거 며칠 전 대통령이 모든 것을 국회 탓으로 돌린 담화가 새누리당의 표를 더욱더 떨어뜨렸다고 한다.

    유승민 의원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집권당 대표가 국회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고 대통령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문제지만, 대통령이 즉각 노골적인 감정 대응을 할 것이 아니고, 관대한 마음으로 타일러 화합을 추구해야 했다.

    유 의원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 의원과 친하거나 관계가 있는 의원까지도 싸그리 공천을 주지 않게 만들었으니,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살 일이었다. 약자가 잘못한 것이 있다 해도 강자가 너무 횡포를 부리면, 사람들은 약자 편을 드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새누리당 공천은 아무런 기준이 없었다. 국회 제1의 여당이 공천하면서 당 대표나 공천심사위원장이 의견이 맞지 않은 것이 큰 문제다. 명확한 기준을 정해서 공천을 하면 낙천한 사람들도 승복할 것이고 국민들도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준 없이 어떤 사람은 공천되고 그보다 훨씬 나은 사람은 낙천되는데, 낙천된 사람이 승복하겠으며 국민들은 그렇게 공천된 사람을 지지하겠는가?

    또 당 대표라는 사람이 막판에 대표 도장을 갖고 피신해 버리는 것도 보기가 안 좋았다. 정 불만이면 당대표 사퇴기자회견 정도 해야지, 당 대표 도장을 가지고 잠적해 버리는 것은 한 편의 코미디다.

    앞으로 새누리당은 정말 어려울 것인데도 선거가 끝나자 계속 계파 싸움을 하며 상대를 탓하고 있다고 한다.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모두 심기일전(心機一轉)해서 분발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어려워질 것이다.

    *誰: 누구 수. *怨: 원망할 원.

    *尤: 더욱 우. 허물 우. 허물할 우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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