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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희망 한국, 젊은이가 우선이다- 하봉준(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6-04-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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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9혁명은 기존 체제의 암담함을 타파하고자 젊은 학생들이 앞장섰고 그들의 희생을 밑거름 삼아 이뤄졌다. 이해타산을 떠나 젊음의 순수함으로 무장한 용기가 철옹성 같았던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림으로써 이 땅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원동력이 됐다. 기성세대들이 기득권 유지와 권력에 대한 두려움으로 주저할 때, 젊은 학생들이 이 땅의 정의를 외치면서 분연히 일어났던 것이다.

    최근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참패한 것은 새누리당 지지층인 고연령층의 이탈과 함께 20~30대 젊은층의 보다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암울한 현실과 희망 없는 미래에 지친 포기세대 젊은층의 투표는 견고한 지역주의가 타파되는 전기를 마련하는 데도 기여했다. 젊은층의 투표는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현 체제의 변화에 대한 강력한 요구라고 봐야 할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필자의 입장에서 젊은층의 현실은 한층 안타깝게 와 닿는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를 거치면서 15년 내외를 공부에 시달리다, 대학에 와서도 학점에 얽매여야 하고,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명분으로 온갖 스펙을 쌓아야 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이마저도 사치다. 아르바이트로 학비나 용돈을 보태야 하는데, 심한 경우 학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조차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 4년을 힘들게 보내고 나서도 본인이 기대하는 좋은 일자리를 얻기는 결코 쉽지 않다. 졸업 후 비로소 현실을 파악하고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지만, 기대 이하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직장 분위기를 견디기가 만만치 않다. 좋은 직장을 얻은 졸업생도 평생직장의 붕괴와 직장 자체의 불안정으로 자기개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현실이 연애, 결혼, 출산에다 취업과 내 집 마련, 마침내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는 칠포세대를 낳게 됐다.

    몇 년 전까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상투적으로 하던 “열심히 해라”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됐다.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내 스스로 확신이 들지 않게 되면서부터다.

    대신 최근에는 “즐겁게 해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많은 경험을 쌓아 나가는 가운데, 젊음이 가져야 할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방대학의 교수로서 잡다한 일에 허덕이면서 정작 본연의 임무인 교육에 전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선생으로서 한편으로 인생 선배로서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커져만 간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세대간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고령인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제활동인구인 젊은층의 부담이 날로 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와중에 정치권은 투표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고령층의 환심을 얻기 위해 고령자 위주의 복지정책을 우선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방식은 젊은층의 미래를 한층 암울하게 만들 것이고, 그 피해는 부메랑이 되어 다시 고령층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 모두는 세대 구분 없이 결국은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청년실업률은 12.5%로 역대 최고치라고 한다. 지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경력을 쌓지 못하는 젊은이는 향후에도 경력단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젊은층의 소득이 적을수록 이들에게 의존해야 할 고령층의 복지수준도 동반 하향될 수밖에 없다. 전체 공동체의 유지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젊은층을 배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젊은이가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갖도록 하는 일이 우선 과제라는 점에 대해 세대를 관통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란다.

    하봉준 (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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