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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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115) 산청 (4) 생초면 산청박물관~산청읍 지곡사터

과거와 현재 맞닿은 그곳엔 예술혼이 서려 있다

  • 기사입력 : 2016-04-1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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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호강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청박물관
    출토 가야유물의 모조품만 전시돼 아쉬워

    단아한 한옥으로 지은 목아 박찬수전수관
    전통 목조각 맥 잇는 전수·교육활동 활발

    929년 신라시대 경순왕때 창건한 심적사
    6·25전쟁 때 소실된 후 1991년부터 복원

    4월은 꽃 피는 봄의 계절이다. 산과 들판은 물론 발걸음 닿는 곳마다 화려한 꽃들의 잔치이다.

    농사 준비가 한창인 한절골 오두막 아주 작은 마당에도 봄까치꽃, 머위꽃, 홍매화, 청매화, 애기똥풀, 민들레, 분홍빛 광대나물, 달래, 질경이까지 작은 꽃들이 구석구석 흐드러지게 피어 화원을 이룬다.

    화려하지도 예쁘지도 않아 귀찮은 존재로 뽑아버렸던 잡초들도 마음을 주며 인연이라 생각하니 아름답게 보였다. 평생 홀로 깊은 산골 오두막에서 살았던 법정스님은 ‘오두막편지’에서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고 했다.

    한절골 10평도 채 안 되는 작은 오두막에도 작은 행복의 가치가 담겨 있다. 진정한 행복의 가치는 넓은 마음으로 감싸 줘야 배가 된다.



    ▲산청박물관·목아 박찬수전수관

    산청군청 홍보계장 김회선은 지리산둘레길 5코스와 8코스를 적극 추천했다. 지난번 오지 오봉마을 순례를 갔다가 옛날 산행을 했던 자만을 믿고 비 오는 지리산둘레길 5코스로 향했다. 종착점이 금서면 수철마을인데 임도 갈림길에서 짙은 안개에 가려 길을 잃었다. 험한 산길을 한참 헤매다 보니 처음 출발했던 오봉마을로 돌아와 있었다. 처음에는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산행을 좀 했다는 생각에 수모를 당했다고 했지만 자연을 대하는 겸손함이 부족했다.

    대전~통영 고속도로 생초 나들목 입구에서 고읍교를 건너면 필봉산의 정기를 가장 많이 받고 있다는 생초면 소재지이다. 경호강이 한눈에 보이는 낮은 언덕에 산청박물관과 목아 박찬수전수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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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박물관.


    산청박물관은 건립 목적이 산청군에서 출토된 가야시대 유물을 체계적으로 전시·관리하기 위함이라 한다. 4개로 구분된 전시실을 둘러보면 채워야 할 유물과 보완해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였다. 제1산청 이해 전시실의 관람자들을 배려한 유물 모조품 표지는 그나마 최소한의 박물관의 예의를 지킨 것이다. 박물관은 항상 진품을 전시하는 것을 생명으로 삼아야 한다.

    산청박물관 근처에 단아한 한옥으로 지은 목아 박찬수전수관이 있다. 목아 박찬수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이다. 그는 1948년 6월 산청의 작은 시골 상촌마을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 목조각 공방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되면서 타고난 손재주를 인정받아 조각의 길을 걷게 됐다. 경기도 여주에 박찬수가 설립한 목아박물관이 있다. 목아박물관에서는 2016년 5월 12일까지 ‘기댈 곳이 필요해-한국인의 정신문화’를 주제로 특별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민족이 정신적으로 기대왔던 다양한 문화를 한자리에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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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아 박찬수 선생 작품.


    산청 목아 박찬수전수관은 전통 목조각의 맥을 잇기 위한 전수활동 및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공간이다. 목아 박찬수의 목조각 인생도 50년을 넘고 있다. 그러나 그는 한결같은 자세로 노력 중이다. 인생에서 자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후배나 제자를 양성하는 것이라 했다. 옳은 말이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작은 기능이라도 전승시키는 것이 사명이자 책임이라고 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10년 전부터 준비를 했는데 2011년 10월 28일 고향에서 목아 박찬수전수관을 열게 됐다. 목조각장 박찬수의 예술혼이 가득 담긴 전수관이 후학 양성의 요람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목아 박찬수전수관 이동아(53)씨의 친절한 안내와 설명이 있었다.

    ▲생초국제조각공원·생초고분군

    목아 박찬수전수관이 등을 대고 있는 곳이 생초국제조각공원이다. 생초고분군과 어외산성에 인접한 생초국제조각공원은 복원된 가야시대 고분군과 국내외 현대조각품 20여점이 산자락에 흩뿌려 놓은 모습처럼 고대와 현대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조각품들은 산청국제현대조각심포지엄에 참여한 조각가들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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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조각품 20여점이 전시된 생초국제조각공원.


    어외산성은 인근 야산(해발 366.9m)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려 초기의 석축산성 형태가 남아 있다. 뒷산 구릉지에는 생초고분군이 있다. 복원된 무덤 내부를 보면 돌을 쌓아 방을 만들고 천장을 좁혀 뚜껑돌을 덮었다. 고분은 입구와 통로가 있는 앞트기식돌방무덤(횡구식석실분)이다. 깊어가는 포근한 봄날 언덕에 서면 생초면 소재지와 고읍들판, 경호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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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에 있는 가야시대 생초고분군.


    ▲심적사·지곡사터

    생초면 소재지에서 고속도로에 버금가는 3번 국도를 따라 산청읍내로 향했다. 내가 고향을 처음 떠나던 1960년대 후반 비포장도로에 시외버스를 타고 여기를 지나갔다. 시외버스는 산청읍내로 가는 고개 초입에서 승객들을 모두 내리게 했다. 버스가 힘이 없어 사람들이 밀어서 고개를 넘었던 오래된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산청읍을 지나면 경호강이다. 뜨거운 여름을 식혀 주었던 래프팅 장비들이 한가롭게 강변에 있다. 내리교를 건너 좁은 길을 따라 가파른 길을 오르면 웅석봉 계곡에 심적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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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적사 오백나한불.


    심적사는 신라 경순왕 3년(929년)에 창건했다고 전한다. 광해군 2년(1610년) 운일, 설암, 이암, 설봉스님 등이 중건과 중수를 거듭했다고 하고, 6·25전쟁을 피해 가지 못하고 소실됐다. 산청읍 지리마을에 있는 심적정사의 나한불을 심적사에 봉안했던 역사적 자료가 있어 1991년부터 이곳에 복원을 시작했다. 대웅보전, 나한전, 종각 등 전각은 대부분 근래에 지었다. 중생의 뜻이 이루기를 기원한다는 오백나한불이 심적사 나한전에 조성돼 있다. 서울에서 정처 없이 인연 따라 왔다는 아낙네들을 환송하는 스님과 선방 마루에 잠시 앉았다. 오백나한불을 봉안하게 된 전설을 들려주었다. 지금도 나한암 터에는 흔적이 있어 암자의 오백나한불의 전설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가파른 길을 따라 내려서면 아래 산자락에 추파당선사석비승탑과 한암대사석비승탑이 있다. 추파당 승탑은 조선후기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석종형으로 승탑에 구연탑(九淵塔)이라고 새겨져 있다. 승탑 상단에는 연꽃봉오리형의 보주가 반원형으로 돌출돼 있다. 한암승탑은 뒤쪽 한 면이 일부 훼손됐다. 석비 등 나머지 내용은 양호한 상태이다. 석비에는 심적사에 진영을 모셔 놓았다는 기록이 있다. 2개의 승탑비는 심적사의 가장 확실한 역사적 기록이다.

    산청읍 내리마을 부근에는 지곡사 절터가 있다. 기록에 따르면 지곡사는 통일신라 때 창건돼 절 이름을 국태사라 했고, 고려 초 진관(912~964)이 크게 중창해 선종 5대 산문의 하나로 손꼽히는 대찰이었으나 1913년 전후에 폐사됐다고 했다. 전성기에는 승려 수가 무려 300여명에 이르고 절 입구에 홍예다리가 있어 오색 무지개가 공중에 걸린 듯했다 한다. 홍예다리를 건너면 티끌세상의 번뇌를 씻을 수 있다 해 세진교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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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곡사.


    추파스님이 쓴 ‘유산음현지곡사기’에 따르면 지금의 축대 외에 대웅전과 약사전, 극락전이 있었으며 앞에는 큰 누각, 누각 밖에는 천왕문과 금강문이 있었다 한다. 고려 때 세운 진관선사비는 현재 귀부만 남아 있다.

    다행히 비문은 기록으로 전해오고 있다. 추파스님(1718~1774)의 비와 부도가 현재의 절 위쪽 300m 지점에 있다고 심적사 승탑은 말한다. 지곡사 뒤편에 남아 있는 귀부의 귀갑문을 바라봤지만 답답한 마음을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현재의 지곡사는 1958년 강덕이 스님이 중건했으며 본래의 지곡사와는 무관하다.

    심재근 (마산대학교입학부처장·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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