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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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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를 치우며 - 도종환

  • 기사입력 : 2016-04-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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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반쯤 가린 책꽂이를 치우니 방 안이 환하다

    눈앞을 막고 서 있는 지식들을 치우고 나니

    마음이 환하다

    어둔 길 헤쳐 간다고 천만 근 등불을 지고 가는

    어리석음이여

    창 하나 제대로 열어놓아도

    하늘 전부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 배웠다 하는 사람의 집에 가면 서재가 있다. 서재를 훑어보면 그 사람의 지적 편력을 단번에 알 수 있고, 서재를 꾸며 놓은 모양새를 통해 그 사람의 성품도 짐작할 수 있다. 링컨은 사십 넘으면 자기 얼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는데, 식자에게 있어서는 서재가 그의 얼굴이리라.

    그런데 세상을 살아 갈 때 과연 얼마만큼의 지식이 필요한가? 삶에 필요한 지식의 분량을 재는 계량컵으로 위기지학(爲己之學)을 제시하고 싶다. 나를 위한 배움. 타인의 눈에 보이기 위한 배움이 아니라, 내 삶을 위한 배움. 배움이라는 수레를 밀고 가는 욕망에서 허영심의 거품을 빼 버리면, 배움의 분량 또한 훨씬 단출해질 것이다. 단출한 수레는 밀고 가기도 쉬울 것이고, 때로 즐겁기도 할 것이다.

    노자가 말했던가. 도(道)는 덜어내는 것이고, 학(學)은 더하는 것이라고. 여기서 말하는 학(學)은 분명 위인지학(爲人之學)이리라. 남의 눈에 크게 보이기 위한 공부. 천만 근 등불을 지고 가는 어리석음의 길이기도 하다. 이중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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