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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 있다- 김동규(고려대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16-04-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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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 있다. 이 말은 1970년도 노벨상 경제학 수상자인 미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이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a free lunch in economy)’라고 말한 것과 비슷한 뜻으로, 국가경영이나 개개인의 삶에도 매우 중요한 경고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국가재정이 넘쳐나서 모든 국민들에게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배급 등의 복지천국사회를 실현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이며 그것이 바로 지상천국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이상사회일 뿐이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사회가 가능하다고 믿은 사람이 있었다. 공산주의 이론의 창시자 칼 마르크스였다. 그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소비한다’는 이른바 유토피아 공산주의사회가 반드시 온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그의 실험은 채 70년 만에 깨지고 말았다. 사회복지는 고사하고 먹을 식량마저 모자라 굶어죽는 사회를 남기고 만 것이 1980년대의 공산권 국가들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과오는 자본주의 국가였지만 좌파 독재정권 국가에서도 나타났다. 그리스와 남미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스가 지나친 무상복지사회를 구가하다가 재정파탄으로 국가부도의 위기에서 겨우 벗어났는가 하면 남미의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좌파정권은 완전무상의료, 무상교육은 물론 연금수급자에게도 연말보너스를 지급하고 희한한 이름의 과부연금(Survivor pension)까지 만들어 국고를 탕진한 결과 결국은 재원이 거덜나는 사태에 이르렀다. 교사들의 월급도 주지 못하자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면서 학교교육이 중단되는가 하면 TV 아나운서가 방송 도중 생활고로 사직하겠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약국에는 약이 동나고 물가가 폭등하면서 마트에는 생필품을 사려는 주민들이 무려 1㎞까지 줄을 서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국가파산인 것이다. 공짜 점심에 공짜 치즈를 너무 많이 먹다가 국민들은 쥐덫에 치이고 만 꼴이다. 이러한 과잉복지는 세계적인 경제대국 미국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다.

    한때 일본도 주민복지를 선거공약으로 강조하다가 지금은 매우 합리적인 현실로 바뀌었다. 학교의 무상급식 문제의 원칙은 전면무상이 아닌 조건적인 선별무상이다. 즉 학부모의 재산 정도에 따라 결정하고 있다. 가령 빈곤층의 학생은 월 100원이라도 내게 함으로써 적어도 내가 공짜점심은 안 먹고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사회복지 수준이 높아질수록 국민들은 힘든 노동을 기피하고 정부의 무상지원만 바라는 공짜 근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노동생산력이 떨어지고 한정된 국고는 바닥나면 결국 국가파산이라는 파국을 맞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가계도 이와 같은 이치이다. 재벌 2세들이 일은 안 하고 부모의 유산만을 믿고 흥청망청하다가 결국 거지 신세가 되는 경우를 우리들은 많이 보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도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야 구분 없이 과도한 복지공약을 내세워 그 후유증으로 국고가 거덜나고 있는 실정이다. 농어촌의 마을회관에서 매주 2차례 정도 점심을 제공하자 잘사는 집 할머니도 찾아가서 공짜 밥을 먹으려는 버릇이 생기고 있다. 세상에 공짜로 밥 먹여주는 곳이 어디 있는가.

    지난 4·13총선에서 화려한 선거공약을 내세웠던 당선인들일수록 그 진정성이 의심되므로 국민들은 앞으로 그들이 어떤 의정 활동을 하는지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적어도 20대 국회에서는 거액의 국민세금을 지원받으면서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막말로 싸움이나 하는 함량 미달의 품위 없는 국회의원들이 제발 없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김동규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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