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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기자] 용서의 힘은 상처보다 강하다

  • 기사입력 : 2016-04-25 1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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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 마지막 주 베트남 하노이와 중부 꽝빈성 동허이 두 곳으로 떠났다. 그 중 내게 인상깊었던 곳은 라오스 국경과 인접한 조그마한 해안 도시인 '동허이'라는 곳이었다. 공항에 내린 순간부터 묘한 기운이 몸을 감싸더니 머무는 내내 신비한 느낌을 자아내게 했다. 이곳 사람들과 도심 곳곳이 그랬다.

    동허이는 베트남 전쟁 당시 월맹의 최남단 도시였다. 베트남의 허리 부근에 위치한 도시여서 베트남 전쟁 때 자연스럽게 군사도시로 발전했다. 오랜 전쟁, 군사적 요충지…. 수많은 포탄이 이 도시에 쏟아졌고, 그보다 더한 상처를 이들에게 남겼다. 혈육을 잃고,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쉬이 짐작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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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중부 꽝빈성 동허이에서 본 한 성당. 전쟁의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동허이 시내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이 곳이 있다.

    상처는 오래 남는 법이다. 나였다면 애썼을 것이다. 전쟁의 상처를 지우려, 잊으려 안간힘을 다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물론 요즘 일본이 하는 꼴을 보면 좀 더 미워해도 될 듯 하지만.) 폭격 맞은 건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엔 상처를 지워버리려 새 건물을 반듯하게 올릴 것이다. 조선 총독부를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지어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비단 이 사례만을 언급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베트남을 한번 볼까? 폭격을 맞은 성당도 폭격 맞은 그대로 남겨뒀다. 희생자들의 묘역도 눈에 잘 보이는 길가에 두고 오며가며 그 아픔을 쿨한 방식으로 이겨낸다. 동허이만이 아닌, 베트남의 이야기다.

    이들은 쿨했다. 놀랍게도 자기 나라를 침략했던 '무례한' 나라들을 시원하게 용서할 줄 알았다. 용서해야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베트남 사람들은 일찍이 알았던 것이다. 그 강한 힘으로 자신을 지배했던 제국 열강들을 스스로 몰아내고, 현대전에서는 유일하게 미국을 쓰러트렸다. 수많은 외침을 극복하는 동시에 다채로운 문화도 꽃피우는 저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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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허이 공항에서 40여분 차로 달리면 해안가 야시장이 발달해 있다. 소박하지만 싱싱한 해산물 안주와 베트남 맥주가 여행의 맛을 더했다.

    지혜로웠기 때문이다. 뭉칠 때면 하나로 뭉칠 줄 알았고, 나라가 위기에 처한 순간마다는 전략에 강했다. 베트남의 잠재력은 '잊지 않되 용서할 줄 아는' 국민성에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묘하게도 베트남을 찾는 관광객 1위가 그들을 침략한 미국인, 2위가 전쟁 과정에서 껄끄러웠던 우리나라다. 식민종주국이었던 프랑스 관광객도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베트남인들도 해마다 25%가 늘고 있다. 물론 베트남은 해마다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하고 있고.

    베트남에서 얻은 교훈은 명료했다. 상처는 잊지 않되 미운 이도 용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미움보다 용서가 더 힘이 쎄다는 것. 내 주위부터 한 번 둘러봐야겠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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