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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우리의 삶과 정치- 황미화(위드에이블 원장)

  • 기사입력 : 2016-04-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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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인은 정치의 세계에서 공동선을 위해 일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정치란 가장 높은 형태의 자선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가톨릭 신자라면 정치에 관여해야 합니다.” 어떤 종교모임에서 한 남성이 “정의로운 사회와 신앙 사이의 연결 고리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프란체스코 교황의 답변이다. 지금까지 필자가 알고 있었던 ‘종교는 정치와 분리되고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과는 사뭇 달랐지만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말씀이라고 생각되었다.

    우리사회를 휘몰아쳤던 정치태풍 4·13 총선이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갔다. 지금도 그 잔해가 남아 각 정당은 물론 언론매체를 온통 채우고 있다. 선거결과에 따라 정당별로 희비가 교차하는가 하면 분석과 평가도 각양각색이다. 이런 와중에 선거 때마다 경험하는 현상은 사람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투표 포기행위이다. 정치를 자신과는 무관한 것으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정말 정치는 자신과는 무관한 정치인들만의 일일까? 그 결과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아닐까?

    ‘합리적 무시’라는 용어가 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으려는 개인의 합리적 행위가 전체에는 불이익과 부정적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엄청난 손실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투표를 포기하고 집에서 쉬거나 나들이를 갈 수 있는 이익이 시간과 노력을 동원해 투표장에 가는 비용보다 합리적일 수 있다. 투표에 불참한 비용은 불투명하고 있다고 해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리적 무시에 의한 개인의 피해가 지금은 비록 미미하지만 축적된다면 그것은 단결된 소수의 부당한 이익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는 소수 정치세력에 의한 지배는 결국 다수의 이익을 침해하고 사회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와 같은 철학자는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면 결국 소수의 나쁜 사람의 통치를 받게 된다고 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정치인은 다 같은 사람들이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선거일에 투표조차 포기하고 야외로 나간다. 설사 투표해도 정당의 이념과 정책은 모른다. 지연, 혈연, 학연 등 개인적 관계나 친소 여부에 따라 투표하면 그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삶을 걱정하고 개선하려는 정치인이 선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치란 우리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법과 제도가 만드는 과정이다. 그 과정의 결과에 따라 우리의 오늘은 물론 미래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것은 건강보험의 급여 범위를 결정하고, 기초연금액을 얼마로 할 것인가, 복지사업의 방향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란 결국 소수의 권력자로부터 자유와 평등, 그리고 생존권을 쟁취하는 투쟁과 갈등의 과정이었다. 그 결과 겨우 100년 전쯤에 와서야 그 목적을 달성했고, 그것을 가장 대표적으로 구현한 것이 보통선거권의 획득이었다. 보통선거란 경제, 복지, 교육, 문화예술 등 국민이 삶의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가치의 배분체계를 조정하고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권력자들만이 결정하던 우리들의 삶의 방식을 보통선거제도를 통해 비록 간접적이긴 하지만 우리 스스로 고민하고 관여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들은 너무나 쉽게 그 권리를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이해하기 어렵고 아쉬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마치 철없는 아이가 오늘 하루의 달콤함을 위해 미래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교황은 그 사람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정치란 가장 높은 형태의 자선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손과 마음을 더럽히더라도 정치에 관여해야 합니다.” 투표를 포기하고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잠시의 즐거움을 위해 우리의 삶을 정치인이라는 소수의 타인에게 맡기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황미화 (위드에이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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