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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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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박태영의 클래식 산책 (3) 알고 보면 재미가 2배 (上) 아는 만큼 보인다

악기 자리요? 음향 효과와 연주곡 따라 달라져요

  • 기사입력 : 2016-04-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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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시간에는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할 수 있는 곡의 종류와 연주자의 무대매너, 관객의 무대 매너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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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오케스트라에서 악기를 배치하는 방법과 악장의 역할 등 오케스트라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도 함께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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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케스트라의 자리 배치

    어떤 오케스트라에서는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사이좋게 모여 있고, 또 다른 오케스트라는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연주를 하다가 곡이 바뀌면 일부 연주자들이 퇴장하기도 한다. 왜 똑같은 곡을 연주하는데 오케스트라에 따라 바이올린의 위치가 달라지고, 왜 곡을 연주할 때마다 연주자의 인원이 달라지는 것일까?

    결론부터 간단히 말하면 음향적인 이유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오케스트라는 ‘미국식 배치’를 따르고 있다. 미국식 배치는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서로 붙어 있어 연주자들이 더 편하게 멜로디라인을 연주할 수 있고, 바이올린 소리도 한군데로 모으기 편하다. 대신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소리가 다른 현악기들에 비해 약하게 들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가끔씩 러시아나 독일 등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게 되면 조금 특이한 악기 배치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방식은 유럽식 악기 배치이다. 유럽식 배치는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마주보고 있는 형태를 이루는데, 이 부분이 미국식 배치와 가장 구분하기 쉬운 차이점이다. 또 제1바이올린 옆에 비올라가 자리하거나 첼로를 배치하기도 하고, 콘트라베이스가 첼로 쪽으로 가는 배치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바이올린끼리 마주보는 배치는 두 악기의 파트가 서로 대화하듯이 주고받는 부분에서 음향적이나 시각적으로 효과가 크다. 또 첼로나 콘트라베이스가 무대 중앙에 위치하기 때문에 저음의 소리가 더 명확하게 들려서 좀 더 입체적인 소리를 표현해 낼 수 있다. 그러나 연주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멜로디라인이 반대편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연주하기 힘들 뿐 아니라, 옆에는 다른 선율을 연주하는 악기가 위치해 있어 연주 시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최근에는 좀 더 다양한 음향적 효과를 내기 위해 파격적으로 자리를 배치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관악기가 있어야 할 곳에 첼로나 콘트라베이스를 배치하거나, 관악기군을 한데 모으기도 한다. 관객들에게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기 위한 오케스트라의 악기 배치는 지금도 발전해 나가고 있다.

    ▲곡마다 연주자 수가 정해져 있을까?

    그저 한 곡이 끝났을 뿐인데 일부 연주자들이 나가기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곡을 시작할 때는 다시 들어와서 연주를 시작한다. 왜 굳이 번거롭게 곡마다 인원 편성을 바꾸는 것일까? 이 역시 관객들에게 좀 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노력이다. 협주곡의 경우는 협연자 혼자서 주 멜로디를 담당하고 오케스트라는 주로 반주를 하게 된다. 협주곡을 연주할 때 오케스트라의 악기 수가 너무 많으면 협연자의 악기 소리에 비해 오케스트라 소리가 너무 커져 주 멜로디가 잘 들리지 않게 된다. 그래서 작곡가들이 협주곡을 작곡할 때에는 규모가 큰 교향곡보다 악기 수를 적게 편성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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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수 있는 곡?

    지난 시간에 이야기했던 대로 오케스트라는 ‘하나의 거대한 악기’이다. 그래서 연주할 수 있는 곡의 종류는 무궁무진하고, 실제로도 시대별, 장르별로 다양한 곡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일단은 대표적인 오케스트라의 장르인 협주곡, 교향곡, 서곡 정도만 간단히 알아보자.

    △교향곡과 서곡 = 교향곡은 관현악 합주를 위해 작곡한 소나타 형식의 곡으로 보통 4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오케스트라를 위한 소나타이다. ‘오케스트라를 위한, 오케스트라만의 곡’인 것이다. 교향곡을 의미하는 ‘심포니(symphony)’는 ‘함께’를 뜻하는 그리스어로 ‘다양한 음들이 함께 울린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원래 교향곡은 신포니아(sinfonia)라는 이탈리아 오페라 서곡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곡은 오페라를 시작하기 전에 소란스러운 장내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관객들을 집중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연주한 3분 내외의 짧은 곡이다. 조용하거나 단조로운 음악으로는 청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작곡가들은 빠르기, 곡의 악상, 리듬 등에 극명한 대비를 뒀고, 곡의 내용면에서도 극명한 효과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오페라의 서곡, 즉 신포니아는 음악적으로 더 풍부해지고 곡의 스토리도 탄탄해졌다. 이렇게 신포니아는 템포나 음악적 내용에 있어서 서로 대조를 이뤘고 그 대조는 관객들이 들으면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곡마다 대조를 이루게 되는 부분들을 독립적인 악장으로 구분짓게 되면서 점차 교향곡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소나타 형식= 소나타 형식은 고전시대부터 확립되기 시작했는데, 고전시대 이전인 바로크시대에는 하나의 곡 안에서 악상이나 템포가 다채롭게 변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바로크시대에는 하나의 곡은 처음부터 곡이 끝날 때까지 하나의 악상, 하나의 템포를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빠르고 경쾌한 곡이었다면 끝날 때까지 빠르고 경쾌한 곡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악상과 똑같은 템포로 만들어진 곡들을 계속 들어왔던 청중들은 들으면 바로 마음을 움직일 만한 음악, 집중할 수 있는 음악 등 이전보다 좀 더 자극적인 음악을 원하게 됐고, 작곡가들은 청중들의 요구에 발맞춰 새로운 음악 형식을 만들어냈는데, 그것이 바로 소나타 형식이다. 소나타 형식은 악상이나 템포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멜로디를 아주 치밀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는데, 이 짜임새 있는 음악 구조로 청중들의 마음과 귀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교향곡의 구조= 18세기 만하임 악파(樂派 : 같은 경향이나 주의를 가진 작곡가들의 갈래) 작곡가들이 주로 3악장이었던 교향곡에 ‘미뉴에트’라는 프랑스 궁정 춤곡을 삽입해서 4악장 구조를 확립했다. 이렇게 만하임 악파에 의해 시작된 4악장의 교향곡은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에 의해 제1악장은 소나타 형식의 빠른 악장, 제2악장은 완만하고 느린 가곡 형식, 제3악장은 미뉴에트 또는 스케르초의 춤곡 형식, 제4악장은 론도 또는 소나타 형식의 매우 빠른 악장으로 체계화됐다.

    △하이든에서 베토벤까지= 하이든은 모두 104편의 교향곡을 작곡했는데, 유명한 작곡가들 대부분이 9편 정도의 교향곡을 작곡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하이든이 얼마나 대단한 작곡가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고전주의 교향곡의 형식을 확립한 하이든이 ‘교향곡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이든이 교향곡의 뼈대를 만드는 일을 했다면 모차르트가 피와 살을 붙이고 베토벤이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토벤은 ‘교향곡의 완성자’라고 불릴 만큼 대단한 작곡가였다. ‘교향곡은 하이든이 시작해서 베토벤이 완성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는 총 9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는데, 기존에 있던 교향곡의 기본 틀을 색다르게 바꾼다거나 시도되지 않았던 기법들을 과감하게 시도했다. 실제로 베토벤은 하이든의 제자이기도 했으니 청출어람이라 할 수 있겠다.

    한 번 들어볼 만한 곡으로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을 추천한다. ‘놀람’이란 별명은 2악장에서 비롯됐는데, 조용하게 시작하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연주해서 관객들이 놀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이든의 전기를 보면 그는 영국인들이 성대한 만찬 후에 열리는 연주회에서 조는 습관에 무척 짜증을 냈다고 한다. 그래서 ‘놀람’ 부분을 집어넣어 졸고 있는 관객들을 깨웠다는 것이다.

    정리=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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