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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해양플랜트 생애주기와 우리 산업- 이명호(한국해양대 해양플랜트운영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6-04-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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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회사가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 건조해 화물운송으로 해운업을 하면서 정기적으로 수리조선소에서 정밀검사를 하고 필요시에는 고장 수리도 하면서 계속 운항하다가 보통 20~30년이 지나면 노후돼 더 이상 배를 운항할 수 없을 때 폐선 처리하는 것을 ‘상선의 생애주기’라고 한다.

    해양플랜트의 경우에는 세계 주요석유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유전의 개발을 위한 탐사를 시작으로 석유와 가스의 매장량과 해저유전의 특성이 확인되면 유전개발에 대한 계획과 설계를 바탕으로 반잠수식 시추선과 드릴십 등으로 시추를 시작한다. 동시에 심해저에 심해저 생산설비가 설치되면 조선소에서 건조한 부유식 생산저장설비(FPSO) 등의 해양플랜트를 먼 바다 현지로 운반해 설치한다.

    현지에 운반된 FPSO는 30년 이상 움직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고정 설치하고 심해저 생산설비와 배관·전선 등을 연결하는 해양플랜트 현지설치 작업을 수행한다.

    현지설치 작업이 완료되면 생산과 안전에 관련된 모든 장비가 안전하고 정확하게 작동하도록 조정·조절하는 장비의 시운전 절차인 커미셔닝이 시작된다. 커미셔닝은 해양플랜트가 설치되는 먼 바다로 오기 전 조선소에서 일부는 이미 완료했지만, 현지에서는 실제 장비와 연결해 반드시 해야 할 항목에 대한 커미셔닝을 한다. 기름과 가스 생산시스템의 장비들이 메이커 엔지니어와 조선소 시운전 요원들에 의해 커미셔닝이 완료되면, 오너측 해양플랜트 운영요원들이 장비들을 인계받아 본격적으로 기름생산을 시작하면서 얻은 순간의 첫 기름을 ‘퍼스트오일’이라고 한다.

    오일 메이저들은 매출이 시작되는 이 순간의 퍼스트오일을 하나의 중요한 공정 이벤트로 생각한다. 따라서 이들은 조선소가 퍼스트오일 일정을 하루라도 앞당겨 준다면 그만큼의 추가 인센티브 계약을 맺기도 한다.

    해양플랜트를 운영하는 동안 장비의 고장과 부품의 교체는 자연스런 것으로 수리작업은 항상 이뤄진다. FPSO 등 고정된 부유식 해양플랜트는 마지막 해체까지 현지에서 수리하지만, 시추선같이 이동 가능한 해양플랜트는 수리조선소에 입거해 상선처럼 수리한다.

    탐사와 시추를 시작으로 해양플랜트의 건조·설치에서부터 기름과 가스를 생산하는 운영, 그리고 마지막 수명이 다한 플랜트나 유전의 고갈로 고정식과 부유식 생산 플랫폼의 철거·해체 및 폐쇄를 마지막으로 해양플랜트의 생애주기는 끝이 난다.

    정리하면 해양플랜트 산업의 생애주기는 ‘탐사-시추-건조-설치-운영-해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유전이 없는 우리는 탐사·시추기술을 습득하고 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시추선과 생산플랜트의 건조는 우리의 조선소가 전 세계에서 최강이다. 운영과정 중 필수인 유지보수사업도 과거 누구보다도 잘했다.

    현재는 우리가 이런 분야에서 손을 떼면서 제3국 조선소에서 우리가 건조한 시추선을 우리 도면을 바탕으로 정비·보수한다. 해체사업도 우리의 조선기술을 역으로 응용할 수 있는 저유가시대의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이다.

    건조 이후의 서비스 산업인 해양플랜트 운송, 해상호텔, 배관 및 케이블 설치선, 자재 공급선, 다이버 및 무어링 지원선 등의 사업이 전체 해양플랜트 산업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 분야는 소수의 서구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해양플랜트산업의 생애주기를 볼 때 빙산의 일각인 건조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건조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우리의 조선해운, 전기, 전자, 기계 산업을 바탕으로 생애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조 이후의 서비스산업 분야로 눈을 돌린다면 우리가 뛰어들어 부흥할 수 있는 사업이 많이 보일 것이다.

    이명호 (한국해양대 해양플랜트운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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