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성산칼럼] 고용과 연구에서의 짝짓기 원리- 이정환(재료연구소 부소장)

  • 기사입력 : 2016-04-28 07:00:00
  •   
  • 메인이미지

    조선산업은 한강의 기적을 이끈 역사적인 성공사례로 오랫동안 우리나라 주력산업으로서 국부의 원천이 돼 왔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우리 지역을 포함한 동남권 조선산업은 산업합리화를 위한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국가 경제에도 큰 영향이 있겠지만 조선산업에 종사하고 있던 개별 직원들의 어려움이 무엇보다 큰 걱정거리로 다가온다. 연구에 종사하는 필자는 작금의 상황이 산업에서 필요한 기술을 적절하게 지원하지 못해 어려움에 빠진 것이 아닐까 하는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우울한 뉴스로 복잡하던 차에 읽은 한 권의 경제학 책으로부터 큰 틀에서 경제와 실업을 이해할 수 있는 도움을 얻었다.

    경제학이 틀을 갖춰 가던 시절의 고전 경제학자들은 실업도 상품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따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책에 따르면 경제가 호황일 때 우리나라는 약 3% 정도의 실업률을 보이나 영국은 5%, 독일은 10%, 폴란드는 15%로 우리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인다고 한다. 참고로, OECD 국가의 평균 실업률은 약 6.5%인데 지난 3월 우리나라 실업률은 11.8%에 육박하고 있다. 경제가 호황임에도 이렇게 경제권마다 서로 다른 실업률을 보이는 것은 각 나라별로 구직에 대해 다른 기대치를 가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리스토퍼 피서라이즈라는 학자는 구직과 실업의 문제도 젊은이들의 짝 찾기와 같은 원리가 작동한다고 설명을 했다.

    즉 기업도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찾아오는 아무나 채용하지 않으며, 구직자도 실업상태에 있다고 채용 공고를 낸 직장이라면 어디든지 가서 일하는 것은 아님을 역설하고 있다.

    우리 지역의 중소, 중견기업과 같이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필자는 기업에서 쓸 만한 사람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하는 사장님들을 셀 수 없이 만나고 있다. 반면, 대학교수들을 만나면 지역에는 학생들에게 추천할 괜찮은 기업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고 언론에서도 n포 세대와 같이 끔찍한 용어로 청년 세대의 좌절을 이야기하고 있다. 도청에서는 대기업 연구소와 같은 좋은 일자리가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을 우려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이 많지 않은 현실에 굴복하는 모양새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경제 주체들이 서로 만족하는 짝짓기가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크다.

    재료연구소와 같은 정부출연연구소에는 연구생이라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대학원생이 학교에서는 수업을 듣고 연구소에서는 산업체와 공동으로 수행 중인 연구개발에 참여해 실무적인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제도이다. 또한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들이 교육도 담당하는 연합대학원(UST)이라는 학위과정도 개설이 돼 있다. 재료연구소와 같이 일한 경험을 가진 기업체 중에서는 우수한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을 공동연구의 장점으로 꼽는 것을 보면, 연구소의 고유 임무가 아니지만 교육 기능이 재료연구소가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의 하나임을 실감한다.

    연구소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제도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제도와 운영 측면에서 많은 유사점을 가지는데,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지식과 경험을 연구현장에서 체득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UST나 연구생 제도에는 쿼터가 존재하며 학위 과정을 하지 않는 경우는 비정규직으로 분류돼 출연연에서 고용을 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출연연이 산업 시장에서 매력있는 인재를 공급할 수 있는 저수지로 제도적인 측면에서 규제가 완화될 필요를 꾸준히 설명하고 있지만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쉽게 정리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은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지만 이에 저항하는 관성도 만만치 않음을 실감한다. 진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눈을 감고 차분히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정환 (재료연구소 부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