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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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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 정상인데 읽기·셈하기 더딘 아이, 이유는?

학습장애 진단과 치료법
지능·청각·시각 결손 없이 학업 성취 낮은 질환
학습 담당하는 특정 뇌 영역의 발달장애로 발생

  • 기사입력 : 2016-05-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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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아이들은 수행평가나 중간고사 등 시험을 치르느라 분주하다. 요즘 같은 시기에 아이들의 학습문제로 문의를 하는 보호자들이 많다. ‘내 아이는 아이큐도 높고 똑똑한 거 같은데 주의력,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요.’,‘우리 아들이 학교 수업시간에 흐리멍덩하게 입만 벌리고 있다고 선생님한테 전화가 와서 속상해 죽겠어요.’,‘유난히 읽기가 제대로 안 돼서 책을 한 권 끝까지 읽은 적이 없어요.’ 여러 가지 학습장애 유형을 호소하는 학부모들이 많은데 그에 따른 진단이나 치료법을 잘 파악해 모두 다르게 접근을 해야 한다.



    #1. 창원에 거주하는 A(9세)군은 얼마 전부터 아침마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엄마랑 싸운다. 선생님의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어하고 책도 못 읽겠다고 한다. 언어발달이 늦어 6살이 돼서야 문장 구사가 가능하고, 한글을 좀 배우고 나서도 책 읽는 것을 싫어해서 언젠가는 공부에 흥미를 가지겠거니 했지만 지금은 아예 학교조차 가기 싫다는 것이다. 글을 보면 한 글자, 한 글자는 제대로 읽고 발음을 하지만 문장을 달아서 읽게 하면 단어를 빼먹거나 이상하게 읽고, 버벅대면서 말이 꼬여버린다. A군의 아빠는 자기도 어릴 때 좀 늦게 공부에 관심을 가졌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우리 아이가 점점 더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아 검진 후 결과는 ‘언어성 학습장애’로 나왔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고 뇌성장을 돕는 여러 치료를 하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어서 집중적인 치료를 시작하고 있다.

    #2. 마산에 사는 B(14세)양의 어머니는 최근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많이 놀랐다. B양이 수업시간에 너무 멍하게 있고, 수업시간에 했던 내용을 질문을 해도 전혀 대답을 못한다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나 학원에서 선생님께 주의력이 많이 떨어지고 속칭 ‘멍 때리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듣긴 했지만 조금씩 나아지겠지 한 것이 중학교 입학한 이후 많이 심해진 것이다. B양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모르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넋 놓고 있게 된다는 말만 되풀이해서 어머니는 답답할 따름이다. 학교 시험에서도 B양은 하위권의 성적을 받아 많이 낙담한 상태다. B양의 검진 결과는 ‘주의력결핍 우세형 ADHD(ADD)’로 나왔다. 일명 ‘조용한 ADHD’라고도 하는데 이를 겪는 아이는 주의력이 상당히 떨어지면서 학습이나 과제 수행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B양은 학년이 더 올라가기 전에 뇌의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학습에 문제를 보이는 원인에 따라 학습장애, 학습지진, 학습부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학습장애는 지능은 보통 이상의 범위에 있으며, 시각이나 청각의 장애, 또는 정신지체 등이 없는데도 학업능력의 저하를 보이는 경우이며, 학습기능을 담당하는 특정 뇌 영역의 미성숙한 발달로 발생한다. 이에 비해 학습지진은 지능수준이 낮고 기본적인 학습능력이 낮아 같은 학년 아동과 함께 공부할 수 없는 경우이다.

    또한 학습부진은 지능 이외의 요인인 가정불화와 빈곤 같은 사회적 요인이나, 불안, 우울, 강박감 같은 정서적 요인에 의해 자신의 지적능력만큼의 학습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학습에 문제를 보이는 경우는 다양하므로 먼저 학생이 어떠한 문제로 인해 학습이 어려운지, 또한 어떠한 부분에 도움을 받으면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자세한 검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A군 같은 경우는 언어성 학습장애 중 읽기장애에 속하며 전체 학습장애 아동의 약 80%에 속하는 경우이다. 기본적으로 언어처리 능력에 문제가 있고 특히 지각한 단어를 음운으로 부호화시키는 단어 인식 과정의 장애가 있는 것이다. 이런 읽기장애 아동은 단어를 소리 내 정확히 발음하는데 어려움을 보이며, 읽기 속도가 매우 느리고, 읽은 문장에서 정보를 도출하는 독해능력에도 장애를 보인다.

    뇌신경학적인 문제로 파악하면 뇌의 말을 이해하고 말을 만들어내는 영역의 활성 수준이 정상인에 비해 낮음을 보이는데 적절한 시기에 집중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청소년기, 성인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

    B양은 학습능력 자체보다도 주의력 결핍이 심해서 발생하는 학습부진에 속한다. 이런 주의력 결핍 우세형 ADHD의 경우에는 과잉행동이 별로 없다 보니 눈이 띄는 부분이 없어서 별 문제 없이 학교생활을 한다고 느껴질 수 있다. 대체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또 대화 시 반응이 느린 편이며, 다소 대화자세가 위축된 느낌이 있다. 심한 경우에는 물건을 흘리고 다니거나 놓고 다닌다고 지적을 많이 받으며, 정서적으로는 불안 위축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주의력에 있어서는 어떠한 방해하는 신호가 있거나, 두 가지 이상의 일에 동시에 집중해야 하는 경우에는 주의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과잉행동이 통제되지 않는 질환으로만 알고 있는 ADHD와는 다른 양상인 것이다. 이런 ADHD는 주의집중을 유지하는 기능을 조율하는 뇌의 배외측전두엽의 성장이 미숙해서 발생할 수 있다.

    학습문제의 치료에 있어서는 주의집중을 못하고 공부에 대해 의욕이 없는 아동과 청소년에게 강제적으로 뇌 각성제나 흥분제를 사용하는 방법이 아니라 뇌가 잘 성장하도록 도와 뇌 스스로 자신의 행동과 주의집중력을 통제하도록 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학습문제의 원인, 심한 정도, 동반문제, 예후 등을 정확하게 판별해서 검사 결과에 따라 성적 향샹에 도움이 되는 치료방법과 치료기간이 결정해야 한다.

    뇌 성장을 돕고 주의집중력 및 기억력을 호전시키는 한약 및 약침치료, 뜸치료, 주의력훈련 등을 적절히 병행할 때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하는 학습에 관련된 문제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지만 근본치료가 가능하다.

    그리고 학부모가 ‘때 되면 공부하겠지’하며 막연하게 방치하다 아이의 학습장애라는 뇌신경학적인 질환의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고, 차후에 학습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하는 2차적인 우울감, 불안감, 교우관계문제 등을 일으킬 수 있으니 우리 아이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도움말= 이상욱 휴한의원네트워크 창원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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