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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신 대항해 시대- 이용민(통영국제음악재단 예술기획본부장)

  • 기사입력 : 2016-05-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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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봉건사회가 붕괴되고 신흥자본가들이 등장하는 과정에 ‘대항해 시대’라고 불리는 시기가 있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위시한 몇몇 나라들이 선박을 개량하고 항해술의 빛나는 발전을 이루어 내며 대발견의 시대를 이끌고 자본을 축적했던 시대를 일컫는다.

    우리에겐 ‘대항해 시대’가 철저하게 유럽인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 해서 거부감이 많다. 하지만 유럽인들의 입장에선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융성과 더불어 다음 시대를 이끌어 낸 역사적 전환기임을 부인할 수 없다.

    요즘 국가적으로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거제와 통영을 비롯한 도내의 조선산업 기반 도시들은 향후 정국의 추이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항해 시대의 쇠퇴기에 신흥자본가들은 당시 군주나 종교지도자들이 독점했던 문화공간의 건립을 주도했다.

    그들이 고용했던 선원들은 공연장 건립에 투입됐고 이후 공연장 운영인력으로 재고용됐다. 이를테면 선박에 사용된 네모난 돛이 육지로 옮겨와 무대막이 되고 나무갑판은 무대가 된 것이다.

    초기 공연장의 이런 모습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공연장의 운영인력을 크루(Crew)라고 부르는 것도 여기서 기인한다.

    수만 명의 종사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도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몇몇 지자체들이 간단한 해법으로 오늘의 난제를 풀어 가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적 위기상황 논리에 운명을 맡겨 놓고 있을 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다.

    도시도 생성과 성장, 그리고 쇠퇴의 과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역사에서 우리는 도시의 재건을 어떻게 이루어 내는지 배웠다. 현대에 와선 도시재생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그 옛날 유럽의 선주들이 그랬던 것처럼 창의적 발상을 해 봐야 할 시점이다.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재단 예술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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