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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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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곳 줄어드는 옥시… 대형마트도 판매 축소

옥시제품 판매 대형마트 가보니
이마트 “매대 줄이고 발주 중단”
롯데마트 “제품 판촉행사 중지”

  • 기사입력 : 2016-05-0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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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9.9% 무해’라는 문구에 온 가족이 안심하고 사용했던 가습기 살균제는 말 그대로 ‘소리 없는 살인자’였다.

    피해자 1528명 중 사망자 239명. 현재까지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집계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숫자다. 그중에서도 사망자 103명 등 전체 희생자의 절반 이상을 발생시킨 영국 옥시레킷벤키저가 이 사건의 중심에 있다.

    어쩌면 내 아이, 내 아내였을지도 모를 피해에 소비자들은 최대 가해자인 옥시에 반감을 드러내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도 옥시제품 관련 행사를 취소하고, 전보다 소극적인 상품 전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재고가 남아 있어 일시에 판매를 중단할 수는 없다며 완전한 철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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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단체들이 대형마트에 옥시 제품의 판매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4일 오후 창원의 한 대형마트에 옥시 제품이 진열돼 있다./전강용 기자/

    ◆옥시제품 배제 느낌 없어= 4일 오후 1시께 이마트 창원점에서 가습기 살균제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옥시 제품 말고 다른 것이라도 없냐는 질문에 판매사원들은 “옥시 사건 때문에 물건을 진열해놓지 않은 모양이다. 저번에는 본 것 같은데…”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상품 진열매대 중 양쪽 끝에 위치해 매출이 가장 높은 구역을 가리키는 ‘엔드매대’를 차지한 옥시 제품은 없었다. 찾는 소비자들도 크게 줄었거니와 혹여나 같은 회사 제품인지 모르고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마트 자체적으로 지난주부터 판촉행사와 전면배치를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온 때문이라는 직원들의 설명이 더해졌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미판매와 엔드매대 상품 철거를 제외하고는 크게 ‘옥시제품 배제’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옥시싹싹, 옥시크린, 이지오프뱅, 데톨 등 생활세정·세탁세제와 곰팡이제거제 등 수십 가지에 이르는 옥시제품은 버젓이 제자리를 차지하고 판매되고 있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재고가 남아 있어 판매를 일시에 중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매대를 최대한 줄이고 신규 발주를 중단해 판매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4일 현재 옥시제품 발주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인 상태로, 옥시제품 판매량 또한 30~50%로 줄었다.

    근처 롯데마트의 상황도 비슷했다. 롯데마트 창원중앙점도 역시 엔드매대에서 옥시제품은 만날 수 없었다.

    상품을 진열하던 한 직원은 “며칠 전부터 안내문이나 판촉행사는 모두 중지했고, 엔드매대에 있던 옥시제품은 모두 치웠지만 본 판매대에 있는 것은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본 판매대에만 판매되고 있었지만 여러 부문에 걸쳐 옥시 제품이 워낙 많은 탓에 존재감은 뚜렷했다. 특히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맥락으로 호흡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옥시싹싹 에어컨 청소당번’ 제품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었다.

    ◆소비자·시민단체 반응=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옥시제품에 대한 반감을 여실히 드러내며 국내제품 등 다른 제품에 손을 뻗었다.

    이현경(47·여)씨는 “가습기 살균제는 사용해본 적 없지만 그런 위험한 제품을 만든 회사라면 다른 제품도 믿을 수 없다. 원래는 옥시에서 나온 표백제를 사용했는데 이제부터는 베이킹소다 같은 천연성분을 내세운 제품을 사용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마산YMCA 관계자는 “지역 YMCA, YWCA를 비롯해 여성소비자연합, 소비자시민연합 등 소비자단체협의회 자체적으로는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또 오늘 마산지역을 시작으로 유통업체 실태조사와 철거 촉구 공문을 배포하고 있다. 더 이상의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이런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5일 오전 11시 런던에서 열리는 옥시레킷벤키저 영국 본사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런던 시내 테스코(TESCO) 앞에서 기자회견 및 시위를 진행하며, 오후에는 런던검찰청을 방문해 고발장을 접수할 계획이다.

    김현미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일지

    2011.4.25 서울아산병원 ‘중증폐렴 임산부 입원 증가’ 질병관리본부에 신고

    2011.8.31 보건복지부,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는 폐손상 위험요인”

    2011.11.11 보건복지부, 동물실험 결과 가습기 살균제 6종 수거 명령

    2012.1.17 일부 피해자들 제조사 상대 첫 민사소송 제기

    2012.8.31 피해자 단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 1차 형사고발

    2013.2.28 검찰, 1차 형사고발 사건 기소중지 결정

    2014.8.26 2차 형사고발

    2015.11.26 3차 형사고발

    2016.1.26 검찰,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 확대

    2016.4.18롯데마트 공식 사과

    2016.4.19 검찰 옥시 관계자 첫 소환

    2016.5.2 옥시 영국본사, 한국서 기자회견 열고 공식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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