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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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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수직절벽 노르웨이 피오르드

바람과 바다가 켜켜이 빚은 절벽, 경이로워라

  • 기사입력 : 2016-05-0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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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쪽으로 가는 길’, 노르웨이(Norway)를 해석하면 그런 뜻일 거다. 유럽여행을 계획할 때 막연하게 가고팠던 나라는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익숙한 서유럽 중심이었다. 유럽 지도를 펼쳐 놓고 바라보는데 노르웨이란 이름에 끌려 나의 마음은 북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 이름이 가진 뜻처럼, 북쪽으로 가야겠다고. 노르웨이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바이킹, 백야, 뭉크, 오로라,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 등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가 아는 단어의 조합만으로는 어디를 어떻게 여행해야 하는지 상상이 되질 않아 가이드북을 펼쳤는데 피오르드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 학교 다닐 때 배웠겠지만 처음 접한 단어처럼 생소했다. 사전을 찾아보니 빙하가 침식돼 만들어진 U형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온 ‘협만’이라 했다. 사전적 의미만으론 정확한 피오르드의 모습이 상상이 되질 않아 검색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사진 한 장에 바로 여기다 싶었다. 칼로 잘라 놓은 듯한 수직 절벽 프레케스톨렌(Preikesto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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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에서 바라본 프레케스톨렌 펄핏 록. 여행객들이 피오르드를 보고 있다.

    대부분의 피오르드 여행이 페리를 타고 빙하의 물길을 가로질러 가는 방식이라면 내가 사진에서 본 뤼세 피오르드는 트레킹을 해 절벽 위에서 피오르드를 내려다보는 여행이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빙하가 만들어 낸 웅장한 자연의 선물 피오르드를 만나러 가는 길은 쉽지가 않았다. 수도 오슬로에서 스타방게르 (Stavanger)까지 약 8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이동한 다음 다시 페리를 타고 1시간 걸려 타우(Tau)까지 이동. 타우 항구에서 또다시 버스를 타고 40분을 달려야만 프레케스톨휠타에 도착을 하는 긴 여정이었다. 이동시간이 길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다. 가는 길 여정 자체가 또 하나의 여행이니까. 기차 창밖 풍경, 버스 밖 풍경, 페리 위에서 감상하는 바다 풍경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기막힌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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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뤼세 피오르드를 여행하기 위해선 반드시 들러야만 하는 도시 ‘스타방게르’.


    그리하여 도착하게 된 뤼세 피오르드의 베이스캠프 마을 프리케스톨휠타. 마을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이곳은 엽서 등을 파는 작은 기념품 가게와 호스텔만이 덩그러니 있었다. 사람들이 넘쳐나는 수도에만 있다가 인적 드문 이곳에 도착한 순간 내 맘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호스텔 뒤편에 이름 모를 호수가 하나 있었는데 호수를 바라보며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일기를 쓰던 그 시간들은 너무너무 행복했다.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일기를 적을 수 있는 일. 그림 같은 호스텔 주변을 산책할 수 있는 일. 작은 것 하나까지도 소중하고 감사했다.

    다음 날 아침. 기대와 우려 속에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파란색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혹시나 날씨가 흐리면 트레킹도 힘들지만 기대했던 멋진 풍경을 보지 못할까 봐 제발 내일 하루만 좋은 날씨를 달라고 기도를 했는데 하늘은 내 편이 돼 주었다. 드디어 결전의 시간. 사진에서 본 뤼세 피오르드 프레케스톨렌을 만나러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10여 분 정도 오르니 호스텔을 감싸던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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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객들이 엎드려 뤼세 피오르드를 감상하고 있다.


    연인과 손잡고 걷기에 딱 좋은 아름다운 산책길을 지나 조금은 가파르고 힘든 언덕을 오르면 파란 하늘과 맞닿은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트레킹이 힘들면 어쩌나 고민을 했는데 상쾌하고 행복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이곳에서 느꼈던 햇살과 바람의 감촉을 어찌 잊을까? 어느새 눈앞에 뤼세 피오르드가 펼쳐졌다. 빙하가 깎아내린 자리에 채워진 아름다움 물길이 지금 내 눈앞에 있다.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바라보니 멋지게 쭉쭉 뻗은 프레케스톨렌이 서있다.

    눈길만 줬을 뿐인데 그대로 온몸이 굳어졌다. 600m라는 높이도 높이지만 어쩜 이렇게 수직 직각으로 있을 수 있는 건지. 둥글둥글한 바위만 보다가 요렇게 칼로 자른 듯한 절벽을 보니 바라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왜 이 바위를 펄핏 록(pulpit rock)이라 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됐다. 넓고 평평한 바위이지만 끝부분으로 가기 위해선 기어서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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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이라도 헛디디게 되면 그대로 600m 절벽 아래로 자유 낙하해 뤼세 피오르드 물길 속으로 이 세상과 안녕하게 된다.

    ‘위험하오니 접근금지합니다’라는 안내표지라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천연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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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만년 전 빙하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뤼세 피오르드 풍경.


    최대한 낮은 포복 자세로 이 어마한 자연에 항복하는 마음으로 나 역시 기어서 절벽 끝까지 갔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몸이 절로 밑으로 빨려갈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두 발은 간질간질, 심장은 콩닥콩닥, 손바닥에는 땀이 송골송골 내 몸의 모든 신경세포가 긴장하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짜릿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지만 시야를 위로 다시 올리면 더없이 아름다운 풍경에 할 수만 있다면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사진 한 장이 누군가의 발걸음을 옮겨 놓았으면…. 노르웨이를 여행한다면 반드시 꼭 피오르드를….



    여행 TIP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6~9월. 이 시기가 끝나면 교통편이 줄거나 없어지기도 하므로 미리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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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정

    △ 1980년 창원 출생

    △합성동 트레블 카페 '소금사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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