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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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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슬픔의 달 5월- 김진현(사회2부 본부장·이사대우)

  • 기사입력 : 2016-05-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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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이다. 날은 좋고 꽃도 피고 바람이 살랑인다. 방랑기 없어 ‘방콕’ 특기여서 “당신은 불러주는 사람도 없소”라며 집사람 눈칫밥깨나 먹는 나도 몸 근질근질해 나가고 싶어지는 5월이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4일간의 연휴. 직장인들에게는 모처럼 꿀맛 같은 휴식이다. 연휴 시작인데 마음은 좀 무겁다. 아마 얇디얇은 지갑을 꺼내기 무서워서일 게다.

    이번 주는 무척이나 바쁘겠다. 오늘은 어린이날이고 연휴 끝엔 어버이날이 있다. 5월, 가족들에게는 즐거운 달이지만 가장들에게는 내색 못하는 슬픈 달이다. 요즘 주머니가 엄청 가벼워져서인지 올해 5월을 맞는 가장들의 표정은 예년보다 안 좋다. 특히 조선업의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통영 거제 고성은 그 정도가 심하다.

    노천명 시인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고 정비석 작가는 푸른 하늘만 우러러보아도 가슴이 울렁거리는 희망의 계절이라 했다. 정연희 작가도 5월은 원색의 웃음이 푸른 풀밭에 쉬는 달이라고 했다.

    5월 달력을 쓱 훑어보자. 달력이 빡빡하다. 근로자의 날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유권자의 날, 입양아의 날, 석가탄신일, 스승의 날에 성년의 날, 5·18민주화운동기념일, 발명의 날, 세계인의 날, 부부의 날, 방재의 날에 바다의 날이 있다. 이 중 주머니에 손 넣게 하는 기념일만도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4일이나 된다. 불교를 믿음으로 가지신 분들은 여기에 부처님 오신 날 하루를 더해야 한다.

    혹시 결혼기념일이나 아내의 생일이 5월이면…, 거의 적금을 들어야 하는 수준으로 두려움의 폭은 더욱 커진다.

    무서울 만큼 지출이 많아지더라도 커 가는 아이가 좋고, 건강하게 곁에 계시는 부모님의 감사함을 느낄 수 있고 이나마 성장할 수 있게 가르쳐주신 스승님의 모습 한 번 더 볼 수 있는 그런 살아가는 기쁨이 있으니 크게 힘들지 않다는 위안을 해본다.

    숨 가쁘게 바쁜 5월 나는 슬프다. 챙겨줄 어린이도 없고 카네이션 달아줄 부모님도 안 계신다. 장인어른 찾아뵙고 짧으나마 문안 인사드리고 카네이션 안겨 드린 후 돌아서야 하는 발걸음이 참 무거웠다. 5월이면 부모님 생각이 간절하다. 부모님 기일이 5월이라 그 슬픔은 더해진다. 살아생전 다하라는 효. 수십 년 배우고 귀에 딱지 앉을 만큼 들었지만 일을 핑계로 그걸 지키지 못했던 내가 참 못났고 아쉽다.

    5월이면 이해인 수녀님의 ‘5월의 시’가 생각난다.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색 서정시를 쓰는 5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어버이날 부모님을 찾아뵙는 효자 효녀들에게 부탁 하나 하자. 꽃 달아드렸으니 할일 다한 것처럼 여겨 내년 5월 어버이날을 기다리지 말고 곁에 계실 때 매일을 어버이날처럼 찾아뵙자는 다짐을 했으면 한다. 그렇게 살지 못해 5월이 더욱 슬퍼지는 내 아픔을 공유하고 싶지 않아서다.

    꽃피고 봄바람 살랑살랑 부는 5월. 난 5월이 참 슬프다.

    김 진 현

    사회2부 본부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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