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성산칼럼] 가정의 달, 우리 꽃은 웃고 싶다- 임규현(농협창녕교육원 교수)

  • 기사입력 : 2016-05-05 07:00:00
  •   
  • 메인이미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시중에는 ‘꽃보다 ○○’이라는 문구가 넘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꽃과 관련된 우리의 화훼산업은 웃음을 잃은 지 오래다.

    계속된 경기침체로 실용적인 선물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꽃 소비가 줄었고, 일부 품목은 오히려 생산비 이하로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1인당 꽃 소비액은 2012년 1만5000원에서 2014년 1만3867원으로 줄었다. 이는 2013년 1인당 소주 소비량 62병을 출고가격 1000원으로 산출한 금액인 6만2000원의 22.5%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2014년 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화훼를 돈 주고 사기에 아깝다는 응답이 36.2%로 가장 많았고, 20대의 경우는 59.7%가 화훼를 돈 주고 사기에 아깝다고 답했다.

    ‘비오는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주며 설레는 마음으로 사랑을 고백하던 청춘의 낭만도 이제는 사치의 일부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장미의 경우 소득변화에 따른 수요변화를 뜻하는 소득탄력성이 쌀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경기에 민감한 품목이다. 즉 소득탄력성이 큰 장미는 소득이 늘면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소득이 감소하면 수요가 크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 ‘사치품’으로 정의된다.

    과연 장미가 사치품일까? 합리적 의사 결정이란 궁극적으로 개개인의 만족을 높이는 데 있다. 그러므로 금전적 이익을 통해 개인의 만족이 높아질 수 있겠지만, 금전적 이익 이외의 여러 요인들로 인해 개인의 만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면 그러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 할 수 있다.

    금전적 이익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조화와 사탕으로 장식한 값싼 꽃다발보다 가격이 더 비싼 장미 생화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결코 합리적인 소비를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합리적 의사결정이란 특정경제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만족이 더 커졌는지 여부를 갖고 판단해야 한다. 그러므로 장미를 구매함으로써 정서적 만족을 통하여 자신에게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것을 선택했다면 그것이 합리적 의사결정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농업인단체로부터 감사패를 받으며 꽃다발을 함께 받았다. 놔두면 시들 것 같아 화병에 담아 식탁에 놔두기로 했다. 분홍색 장미가 식탁과 어우러져 집안 분위기 전체를 화사하게 만들었다. 몇 송이 꽃이지만 그것이 주는 효용은 생각보다 컸다.

    실제로 화훼가 사람에게 미치는 좋은 영향은 다양하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꽃 몇 송이로 심신을 재생할 수도 있고 두뇌활동을 활성화해 공부하는 청소년의 집중력 향상에 도움도 주며, 피로감도 줄여 마음을 안정시키는 역할도 한다. 특히 허브는 베란다, 서양란과 다육식물은 침실, 관엽식물은 거실에 두면 공기정화에도 좋다고 한다. 그러므로 장미 등과 같은 화훼는 사치품이 아니라 우리의 정서적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생필품이 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화훼소비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경조형 소비를 생활형 소비로 전환하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생활형 소비 확대를 통해 꺼져가는 화훼산업의 성장 동력에 불씨를 살려보자는 것이다. 화훼를 사치품이 아닌 꼭 필요한 품목으로 인정하고, 우리 일상에서 꽃을 가까이하는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화훼산업에도 봄바람은 불 것이다.

    실천은 간단하다. 오늘부터라도 퇴근할 때 몇 송이 꽃을 사들고 가보자. 꽃을 사이에 두고 가족과 소통하며 심리적 안정도 찾고 위기에 내몰린 화훼농가도 도울 수 있다면 그것이 꽃을 위한 합리적 소비가 아닐까?

    임 규 현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