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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국제연극제의 정상적 개최를 기대하며- 박승규(부산예술대학교 연극과 겸임교수)

  • 기사입력 : 2016-05-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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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28회째를 맞이한 ‘거창국제연극제’가 개최 운영권 다툼에 파행 위기로 치달아 급기야는 거창군에서 축제 개최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참으로 안타깝고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연극제 운영을 놓고 상생을 해도 모자랄 판에 거창국제연극제 육성진흥회,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 또 거창국제연극제 운영위원회 거기다 신임 거창군수까지 뒤섞여 소통은 없고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고 있는 꼴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자연, 연극, 인간이 하나 되는’ 축제를 지향해 온 거창국제연극제는 수승대라는 천혜의 경관과 더불어 연극의 향연이 펼쳐지고 연극인과 관객들이 어우러진 별천지를 연출해 왔다. 내심 세계적 연극축제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해 온 필자는 출연자로, 관객으로 참여한 적이 있어 그 분위기를 나름 체험했었다.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좋은 작품으로 참가하는 연극인들 그리고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들이 자연 속에서 빚어내는 하모니는 독창적인 연극축제를 만들어 내는 자산이 되기에 충분하다 여겼다. 축제 관계자들 역시 아비뇽축제를 모델로 세계적인 연극제를 꿈꾸며 그 외연과 내실을 다져 왔을 것이다. 1989년 경남도내 5개 극단이 뜻을 모아 개최한 ‘제1회 시월연극제’로부터 출발했고, 점차 전국 규모, 세계적인 규모의 연극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힘겨운 노력과 희생으로 일구어 낸 거창연극인들과 군 관계자들의 공로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집행부의 예산집행 불법의혹으로 감사를 받더니 지난해에는 거창국제연극제 육성진흥회와 거창대학연극제 집행위원회 두 단체가 ‘거창대학연극제’를 한 달 사이에 똑같은 타이틀로 각각 개최하는 웃지 못할 일을 벌이면서 파행의 불씨를 키웠다. 축제에 참가한 대학 단체들과 많은 연극인들은 의아해했고, 그 내막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파행을 예견했을 수도 있었다. 또한 진흥회 조직 내의 이사회, 정기총회 위법 갈등으로 법정소송까지 가는 추태가 벌어졌다.

    결국 진흥회로는 연극제를 개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거창군의회가 군이 직접 개최한다는 조건으로 올해 축제 예산을 승인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도 지난해 두 개의 대학연극제가 개최된 것과 같은 형국이 됐다. 연극제 창설자이며 초대 육성진흥회장이 위원장인 거창국제연극제집행위원회와 거창군이 임명한 연극전문가들로 구성된 거창국제연극제 운영위원회가 각기 따로 축제 준비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거기에 신임 군수가 운영위원회 임명을 번복하려 하자 월권이라며 기자회견까지 하게 되고, 중재 불가로 여겨 개최 포기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니 기가 막힌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간 쌓아온 연극제의 위상에 먹칠하는 꼴이 돼 버렸다.



    진정 28년이나 애써 가꿔온 연극제를 포기하려는 거창군과 축제 관계자들은 없을 것이다. 연극 그리고 축제 속에는 인간을 발견하고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의지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터. ‘자연, 연극, 인간이 하나 되는’ 축제를 표방한 연극제가 진흙탕 싸움에 빠져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꼴로 비쳐진 데 대해 자성해야 한다. 여느 축제도 마찬가지겠지만 거창국제연극제는 행사 관계자의 것만이 아니지 않은가. 초창기 발판을 만들어 낸 연극인들과 그동안 수많은 국내외 참가 연극인들, 그리고 연극제를 아끼고 사랑하는 수많은 관객들. 이들 모두가 연극제 발전에 기여해 온 거 아닌가. 어느 특정한 집단이나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며, 국비, 도비, 군비를 지원받는 공공의 자산임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연극제 정상화를 위해 현실을 직시하고 기득권도 내려놓고 쪼개진 조직을 정비해 정상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연극제 운영을 행정이 주도해서는 안 된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최소화해야 한다. 거창국제연극제가 축제의 주인인 관객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관계자들의 지혜로운 해결을 기대한다.

    박승규 (부산예술대학교 연극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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