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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경남야생생물보호협회 옥수호 회장

산 깎고 터널 뚫던 손, 이제 산 속 동물들 어루만집니다

  • 기사입력 : 2016-05-1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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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생동물과 천연기념물, 유기견, 유기묘 구조활동과 서식지 보호활동을 합하면 연평균 1000회에 달한다. 이 외에 모의법정 운영, 생태교란동식물 전시, 야생동물보호 캠페인 등 관련 교육까지 도맡고 있는 옥수호(49) 경남야생생물보호협회 회장을 만났다.

    지난 9일 오전 9시 창원시 성산구 안민고갯길에 있는 한 과수원에서 옥 회장을 처음 만났다. 과수원 주인이 창원시의 야생동물 피해예방시설 설치 사업에 신청해 선정됐고, 그는 시의 위탁을 받아 야생동물 침입을 막기 위한 울타리 보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옥 회장이 시의 위탁을 받아 진행하는 활동은 이 외에도 다양하다. 그는 최근 창원 용지호수에서 생태계 균형을 파괴하는 블루길, 큰입배스 등을 퇴치하는 ‘생태계 교란 생물 퇴치사업’을 끝냈다. 도내 야생생물과 관련된 일이라면 대부분 그의 손을 거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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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수호 회장이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경남야생생물보호소에서 다친 고라니를 안고 있다./전강용 기자/
    20여분 정도 보수 작업이 진행됐을까. 옥 회장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창원시 진해구에 사는 한 주민의 까치 구조 요청 전화였다. 옥 회장은 “당장 직원을 보낼 테니 까치 좀 잘 데리고 있으세요”라고 말했다. 잠시 후 또 다른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참새 구조 요청 전화였다. 옥 회장은 이번에도 역시 “참새 좀 잘 데리고 있으세요”라고 당부했다.

    야생동물보호소에서 구조된 고라니와 까치, 참새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중에 철조망 속의 2살 정도 된 암컷 고라니는 제힘으로는 전혀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그는 “오늘 아침 6시 40분쯤에 마창대교 아래 도로변에서 다친 고라니를 구조해 왔다”며 “고라니는 산으로 올라가는 수로에 있었다. 고라니가 차에 치인 이후, 살기 위해 수로까지 간신히 움직인 것 같았다. 척추를 다친 것 같은 데 치료 이후 야생으로 잘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옥 회장은 십수년 전만 하더라도 죽어가는 야생동물을 외면했었다. 지난 1990~2005년, 15년간 건설회사에 다니며 주로 산을 깎아 터널을 뚫고, 하천을 메우거나 흙 위로 시멘트와 아스콘 등을 덮는 일을 했다.

    산이 깎이면서 오소리, 너구리, 구렁이, 고라니 등 야생동물들이 다니던 길은 사라졌고, 갈 곳을 잃은 야생동물들이 속출했다. 도로에서 자동차에 치여 죽는 야생동물 교통사고를 비롯해 공사를 하기 위해 터를 파둔 곳은 야생동물들이 빠지면 탈출할 수 없는 무덤이 되기도 했다.

    그는 개발로 인해 야생동물들이 다치거나 죽어 나가는 것을 십수년간 봐 왔기에, 무뎌질 법도 했지만 죽어가는 야생동물을 마주하는 일은 늘 괴로웠다.

    그는 “‘인간의 이익을 위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정도가 너무 심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며 “나라도 야생동물들을 보호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5년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에 연락해 가입 의사를 밝혔다. 그해 곧바로 부산경남지부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2년간 일을 하며 경남에 협회가 없어 야생동물 구조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가장 안타까웠다.

    그는 협회 중앙회에 경남지부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의 요구에 따라 경남동부지부가 개설됐다. 회원은 그를 포함해 2명뿐이었지만, 동료가 사무 업무를 맡으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동물 구조 활동에 나서게 됐다.

    하지만 경남지역 전체를 혼자 감당하기에 벅찼다. 그는 경남동부지부를 개설한 지 2년여 만에 경남지역 16개 시·군에 지부를 추가로 개설했다. 4년여간의 노력으로 경남에 야생동물보호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옥 회장은 지난 2009년부터는 경남 공익사업선정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돼 도의 지원을 받게 됐고 이에 경남야생생물보호협회로 활동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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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수호 회장이 성산구 안민고개길의 한 과수원에서 야생동물 침입을 막기 위한 울타리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그가 일하는 경남야생생물보호소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임곡리 142-1 일원에 위치해 야생동물 구조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장소다. 야생동물 출몰이 잦고, 창원시가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장복산, 인곡리 일대로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다.

    보호소는 3300㎡ 규모의 농지에 사무실과 동물을 돌보기 위한 계류장 등이 지어져 있으며, 최근에는 멸종위기식물 표본장, 생태계교란종 전시장, 야생동물 사진전시관, 모의법정 체험장 등을 짓고 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5년여 전,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는 재정문제로 사무소만 겨우 갖춰 놓고 협회를 운영해왔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여태 주민들의 반대로 제대로 된 시설을 짓지 못했다.

    옥 회장은 “협회 사무실만 있을 때는 야생동물들을 돌볼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어 가족과 함께 사는 주택으로 데려가야만 했다. 방, 거실, 화장실 등 집 안 곳곳에 야생동물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야생동물보호소를 짓고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혐오시설과 같았다. 농업 등에 피해를 주는 유해조수인 까마귀와 까치, 멧돼지, 고라니 등을 풀어주면 마을 주민들이 잡아야 하는 동물인데 왜 살려주냐라는 반응과 함께 온갖 비난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의 반대로 그동안 시설을 제대로 짓지 못했다. 최근에야 주민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조한 야생동물의 치료를 위해 병원에 데려가도 반응은 마찬가지다. 내원객들은 대부분 전염병 우려 등으로 야생동물을 극히 꺼린다”고 말했다.

    그는 “야생동물이라는 이유로 해로운 존재로만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야생동물이 살지 못하면 사람도 살 수 없다. 이를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며 “이러한 잘못된 인식들을 바꾸기 위해 교육과 캠페인을 계속해서 펼쳐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협회 회원들이 365일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단 한 번도 구조요청을 거절한 적이 없다. 협회에는 직장을 다니며 시간을 할애해 활동하는 회원도 있으며, 정년퇴직 이후 협회 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회원도 있다. 그런데 활동으로 받는 각종 지원금은 관련 프로그램 운영비 등으로 전부 쓰이게 된다. 보호소 역시 사비로 땅을 임대해 시설을 짓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점은 회원들이 활동하는데 제약이 되고 있다. 이들이 협회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얘기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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