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작가칼럼] 문향의 성소, 詩의 도시 마산- 서일옥(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6-05-13 07:00:00
  •   
  • 메인이미지

    그렇게 떠들썩하든 총선이 끝난 지 제법 시간이 흘렀다. 입후보자들의 공약을 미처 따질 겨를도 없이 시간이 가 버렸다. 민의의, 민의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한 당선자들에게 우리는 또 한 번 기대를 걸어 본다. 날로 각박해지는 경쟁사회에서 우리 국민들의 정신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정책들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가진 당선자들이 많았으면 참 좋겠고 지자체마다 다른 이름들의 감성정책의 기치를 높이 들었으면 한다.

    지난 2008년 5월 3일 산호공원 시의 거리에서는 한국 현대시 100년의 참뜻을 기려 ‘마산 시(詩)의 도시 선포’ 기념 문학축제를 가진 바 있다. 마산시가 주최하고 마산문인협회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시장, 의회 의장, 국회의원들이 참석했으며 전국 유일의 시의 도시로 특성화해 해마다 시의 도시 기념행사를 지속 개최할 것을 다짐했다.

    마산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보여 주는 무학산이 있고 문을 열면 햇살에 반짝이는 합포만이 있으며 한 점 혈육 같은 아름다운 돝섬도 있다. 이런 자연에 힘입어 일찍이 문향의 도시였다. 김수돈, 김춘수, 김상옥, 정진업, 김남조, 김세익, 이영도, 문덕수, 이석 등 기라성 같은 문인들이 이 지역에서 시의 등불을 밝혔다. 어느 지역에서 이처럼 훌륭한 시인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겠는가!

    마산은 그런 도시답게 전국 최초로 ‘시의 도시’를 선포했고 올해로 벌써 8주년이 됐다. 그 행사의 일환으로 5월 7일엔 임항선 시의 거리에서 ‘현대시 90여 편의 시화전’과 5월 10일 유권자의 날을 위한 선거관련 시화 30점의 개막식이 있었고 당일 오후 2시엔 ‘마산 시의 도시 선포식’과 ‘시낭송회 및 문학 강연회’ 등 다양한 행사가 마산 롯데백화점 12층 교육실에서 진행됐다.

    이렇듯 해마다 행사를 하지만 왠지 문인들만의 잔치인 것 같아서 많이 아쉽다. 시의 도시는 문인들만의 힘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전 시민들과 행정가, 정치가들이 한마음으로 동참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행정가들은 실질적 정책을 입안해 시민과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 지역 문인들의 시집을 구입하고 좋은 시 엽서를 제작해서 주민센터, 도서관 등 공공장소 어디서나 시를 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도 꼭 필요할 듯하다. 행사에 임할 때에도 인사말에 앞서 애송시를 한 번 외우고 시작하는 것도 훨씬 더 정감 있을 것 같다. 어디서나 분위기에 맞는 시 한 편을 외울 수 있는 그가 정치가라면 행정가라면 얼마나 좋으랴! 또한 엉켜있는 시민들의 마음에도 아름다운 시어들이 촉촉이 젖어들었으면 한다. 시집 한 권씩은 각자의 가방 속에 들어 있으면서 다양한 모임에서는 노래도 좋지만 아름다운 시 한 수 읊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 마산 시인들도 사랑받을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을 창작해야 하는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정류장 곳곳에 여러 시인들의 시가 걸려 있는 것은 참 고무적인 현상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동안 읽어 내리는 한 편의 시가 정서를 순화하고,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긍정의 힘을 키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5월 첫째 주 토요일은 ‘마산 시의 도시 선포’일이다. 이 하루만큼은 온 도시가 시의 물결로 들썩였으면 좋겠다.

    서일옥 (시조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