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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 -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아주대 석좌교수)

  • 기사입력 : 2016-05-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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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가 발명되고 나온 초기 전구들은 실사용에 문제가 많았다. 최적의 전구 필라멘트와 내부 기체를 찾아낸 토마스 에디슨은 그래서 백열전구의 발명자라고 불린다. 에디슨 전기회사를 병합한 제너럴 일렉트릭(GE)은 가전으로 출발해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거대 다국적 기업이 됐다.

    GE는 20세기 온갖 혁신의 대명사였지만 한때 거센 기업 간 경쟁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좌초의 위기도 맞았다. 잭 웰치라는 걸출한 경영자가 이를 해결하고 거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얘기는 현대판 영웅담으로 회자된다.

    그런 GE의 가전사업부를 중국 가전회사인 하이얼이 얼마 전 인수했다. 이제 중국은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 첨단 과학기술 경쟁력으로 세계 선두를 다투는 나라다. 올해 초의 CES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유인 드론처럼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가진 첨단 제품을 여럿 보여주었다.

    중국의 부상 이면에 있는 내용과 전략도 놀랍다. ICT 만능주의의 ‘묻지마 투자’가 아니라, 과학기술의 전 영역에서 인재를 기르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해외의 과학기술 인재 1000명을 유치해서 엄청난 수준의 대우와 연구비를 제공한다는 천인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최근엔 자국의 국내박사 지원책인 ‘박사후 혁신인재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대졸자 초임의 2~3배에 달하는 지원과 함께 관련 기업에 취업 추천도 하며 외국인 인재의 영구거류증 발급도 쉽게 했다. 외국 유학생의 창업과 영구정착을 위해 취업 제한을 풀고 영주권 신청 자격도 확대했다.

    마원의 알리바바가 무서운 것은 인터넷에서 물건 파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IT 시대를 넘어서 DT(Data Technology) 시대의 도래를 이해하고 주도하는 혜안과 리더십 때문이다. 이러한 큰 그림을 실제로 구현할 인재들이 무섭게 커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성장전략에 대한 고민은 간단치 않다.

    인적 물적 규모의 토대 위에 어느새 치고 올라온 중국과는 차별화가 불가피하다. 메이지 유신 이래로 나름의 역사성을 가지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일본과도 다르다. 노벨상 분석을 하면서, 일본 내 교육을 받은 노벨상 수상자의 수가 많은 걸 들어서 로컬한 자체 연구가 노벨상의 비밀이라고 결론 내는 경우가 있다. 근대 일본의 역사성을 간과한 채 글로벌 과학과 일본의 과학을 별개로 보는 오류로 보인다.

    작년 중국의 약초 연구 노벨상 수상처럼 국지성이 돋보이는 예외적 경우가 있다 해서, 섣부른 일반화로 과학기술의 글로벌화라는 숙제를 쉽게 건너뛸 순 없다.

    물론 기초과학의 단단한 토대 없이 응용과학만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은 자살 시도에 가깝다. 전기나 무선통신의 출현 같은 근본적 변화의 시기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무지한 채로 선진국의 시혜에 의존하며 속수무책으로 당할 테니까.

    알파고 충격에 대응한다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대한 자체 연구력 없이 슈퍼컴과 데이터만 확보하려 한다면 영원한 따라잡기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기초부터 탄탄히 해서 산업의 성장으로 점진적으로 이어가자는 주장도 상투적이고 진부한 클리셰다.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후발주자의 장점을 못 살리니 좋은 전략도 아니다.

    기초 분야에서 응용과학까지 전 영역에서 인재를 기르는 전략을 세우되, 분야 간 상호연계에 주목해야 한다.

    넘쳐나는 맞춤형 교육과 맞춤형 프로그램은 이제 잊자. 무작정 여러 분야를 묶어서 융합으로 부르는 것도 곤란하다. 특정 분야에 묶이지 않는 유연한 소양의 인재를 길러 필요에 따라 연계된 분야에도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아주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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