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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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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박태영의 클래식 산책 (3) 알고 보면 재미가 2배 (下)

악장 사이 박수는 참으세요, 연주자 몰입을 방해해요

  • 기사입력 : 2016-05-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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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 어렵고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화려한 드레스나 혹은 검은색 일색인 옷을 입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연주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이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는가?

    제목은 왜 이렇게 어렵고, 곡은 또 왜 그렇게 길며, 끝날 만하면 2악장이 다시 시작되다니…!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더 열정적이고 감성적이며 유쾌한 것이 클래식 음악이다.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조금만 깨면 가요보다 더 신나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클래식은 이미 우리의 생활 속에 깊게 들어와 있다. 무엇이든 친해지기 위해서는 한 발짝 먼저 다가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번 수요기획에서는 창원시립교향악단 박태영 상임지휘자와 함께 클래식 여행을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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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주곡 … 독주자-오케스트라 경쟁하면서 협력하죠

    ▲따로, 또 같이 연주하는 협주곡

    협주곡은 독주자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할 수 있도록 작곡된 곡을 말한다. 협주곡은 이탈리어로 ‘콘체르토(concerto)’라고 하는데, 콘체르토는 라틴어인 ‘콘체르타레(concertare)’에서 파생된 말로 ‘협동하다’, ‘경쟁하다’, ‘함께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실 협주곡이 처음부터 한 명의 독주자와 오케스트라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바로크시대의 협주곡은 보통 합주 협주곡(concerto grosso)이었다. 합주 협주곡은 다른 종류의 악기를 연주하는 몇 명의 연주자들과 오케스트라가 서로 합주를 하면서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뤄져 있으며, 오늘날에도 종종 연주된다. 처음에 합주 협주곡은 여러 개의 악장으로 이뤄져 있었지만 여러 작곡가들을 거쳐 오면서 ‘빠름-느림-빠름’의 3악장 형식이 됐다.

    합주 협주곡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다. 이 작품은 모두 6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협연자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모습에서 협주곡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악기의 매력과 음색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협주곡을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지휘자의 역할은

    오케스트라에는 지휘자가 꼭 필요할까? 이미 정해져 있는 박자를 굳이 지휘자가 그 앞에서 알려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에서 악기 연주를 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다. 다소 비유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지휘자는 ‘오케스트라’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다.

    연주 전,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와 수많은 리허설을 거치며 오케스트라를 훈련시킨다. 먼저 연주할 곡을 꼼꼼히 분석한 후 그 곡에 어떤 빠르기를 정할지, 어떤 악상을 정할지를 결정한다. 곡이라는 토대 위에 악상과 빠르기, 악기 간의 밸런스 등 수많은 벽돌을 쌓아서 멋진 건물을 짓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휘자의 곡 해석이 더해지면서 그 지휘자만의 곡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곡을 연주한다 하더라도 지휘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 음악이 된다. 지휘자는 곡에 대한 해석과 연주에 관한 모든 것을 결정하며, 이러한 결정권은 지휘자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의 악기이고, 연주자는 자신의 악기를 자기 마음대로 연주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휘자는 연주하는 단원 이상으로 곡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하고, 누구보다 음악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화성학, 대위법, 음악분석, 음악사, 시창과 청음, 관현악법 등 모든 음악에 관련된 학문에서 전문가가 돼야 하는 건 물론이고, 서로 다른 여러 악기들이 동시에 연주될 때도 특정한 악기의 잘못된 음이나 박자 등을 단번에 알아차려야 하는 만큼 귀도 예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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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휘자 … 악기가 아닌 오케스트라를 연주합니다


    ▲오보에가 ‘A’음을 부는 이유

    연주를 시작하기 전 무대 위는 저마다의 악기 소리로 부산하다. 이윽고 바이올린을 든 악장이 나타나서 오보에에게 사인을 주면 오보에 주자는 길게 A(라)음을 내기 시작한다.

    그 많고 많은 악기 중에 왜 ‘오보에’가, 또 왜 하필이면 꼭 ‘라’음을 불기 시작하는 걸까?

    오보에 소리로 조율을 하는 이유는 다양한데, 우선 관악기가 현악기보다 온도나 습기 등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음정의 변화가 거의 없고, 비브라토 또한 거의 없어서 음정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오보에는 특유의 소리로 인해 다른 악기 소리에 잘 섞이지 않아 다양한 악기 소리들과 함께 있어도 귀에 잘 들린다. 즉 다른 악기가 A음을 부는 것보다 오보에가 A음을 부는 게 훨씬 잘 들리고, 음정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오보에가 조율을 맡게 된 것이다.

    이제 A음으로 조율을 하게 된 이유를 알아보자. 모든 악기는 개방음일 때 가장 안정적이고 편안한 소리를 내게 되는데, 여기서 개방음이란 현악기의 경우 아무 줄도 누르거나 건드리지 않고 오로지 활로만 그어서 내는 소리, 관악기의 경우는 아무 키도 누르지 않고 내는 소리를 말한다. 악기의 개방음들은 악기마다 다 다른데, 오케스트라에서 수많은 악기마다의 개방음을 하나하나 다 조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현악기에서는 지판을 안 집는 음, 관악기에는 가장 키를 적게 누를 수 있는 음을 찾은 결과가 ‘A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관악기 같은 경우에는 악기에 따라서 A음이 키를 제일 많이 누르고, 제일 어려운 음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유럽 같은 경우는 ‘A’음을 먼저 조율한 후 ‘Bb(시 플랫)’으로 다시 조율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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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보에 … 안정적 음정으로 연주 전 조율 담당해요


    ▲No. Op. BWV. WoO?

    ‘Beethoven Symphony No.1 in C major Op.21’, ‘Mozart Symphony No.40 in G minor K.550’. 앞에 적은 말들을 우리말로 바꿔보자면 베토벤의 1번째 교향곡 작품번호 21, 모차르트의 40번째 교향곡 작품번호 550번이라고 할 수 있다.

    No.라는 것은 소나타, 심포니, 콘체르토 같은 한 가지 장르의 몇 번째 작품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며, 그 뒤에 붙는 Op는 작품을 뜻하는 라틴어 Opus에서 나온 말로 작품번호를 뜻한다. 그렇다면 작품번호를 뜻하는 Op.는 왜 단어가 하나로 통일되지 못하고 BWV, WoO, K. 등이 함께 쓰이는 걸까? 간단히 설명하자면 대부분의 작곡가는 자신의 작품에 직접 번호를 부여하지 않았는데 후대의 음악학자들이 그들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학자 본인, 또는 작곡가의 이름을 딴 작품 번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작품에 쓰이는 작품번호 K.는 그의 작품을 정리한 음악학자 루드비히 폰 쾨헬(Ludwig von K?chel)의 K.이며 바흐의 작품번호 BWV는 ‘Bach Werke Verzeichnis’의 약자이다. 끝으로 베토벤은 자신의 작품을 직접 번호를 부여하여 Op.를 작품번호로 사용하였는데. 작품번호가 없는 그의 작품에는 WoO(Werke ohne Opuszahl)가 작품번호로 사용된다. 그 밖에도 비발디는 R, 하이든 Hob, 슈베르트는 D의 작품번호를 쓴다. 즉 곡 제목과 작품번호만 봐도 ‘누구의 작품이구나!’라고 알 수 있는 것이다.

    ▲박수는 언제 칠까

    ‘악장과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다. 한 곡이 완전히 끝나면 박수를 친다.’

    이것은 클래식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알고 있는 상식적인 박수 타이밍이다. 그렇다면 곡이 끝났을 때만 박수를 친다는 이 상식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사실 19세기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상식적인’ 행동이었다. 이 상식이 상식적인 행동이 아니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각 악장은 악장 간의 연관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한 악장이 끝난 잠깐의 시간 동안 연주자들은 다음 악장을 준비하며 감정을 가다듬는데 그 사이에 관객들이 박수를 치면 연주자들의 감정 몰입이 방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곡이 끝날 때까지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관행이 됐다.

    기억하자. 오페라가 아니라면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물론 박수를 치는 것이 큰 잘못은 아니니 실수했다고 해서 너무 민망해하지는 않아도 된다.

    ▲커튼콜과 앙코르

    커튼콜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연극이나 오페라, 음악회 등에서 공연이 훌륭하게 끝나고 막이 내린 뒤 관객이 찬사의 표현으로 환성과 박수를 계속 보내어 무대 뒤로 퇴장한 출연자를 무대 앞으로 다시 나오게 불러내는 일을 말한다’라고 나온다.

    커튼콜을 받은 출연자들은 대개 다시 나와서 감사의 인사를 하고 다시 무대 뒤로 나가게 되는데, 이렇게 연주회에서 몇 번의 커튼콜을 받았느냐는 그 공연이 얼마나 훌륭하고 성공적이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알기 쉬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관객들이 ‘나는 아직 연주자를 보내줄 수 없다! 다시 보고 싶다!’라는 뜻과 같으니 말이다.

    앙코르는 음악회가 끝난 다음 방금 들었던 마지막 곡이나 다른 곡을 다시 연주해 달라는 의미이다. 그런 의미에서 ‘커튼콜’과 같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프로그램에 없는 음악, 또는 프로그램 중에 나와 있는 한 곡, 연주곡의 길이가 길 경우 곡의 특정 부분을 다시 연주하는 것도 앙코르다.

    하지만 준비해 놓은 앙코르곡이 많다고 해도 연주자들이 모든 앙코르곡을 연주해주지는 않는다. 박수 소리가 힘이 없고 반응이 없으면 한 곡만 연주하고 끝낼 수도 있다. 아니면 아예 안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연주회 때 멋진 앙코르곡을 듣고 싶다면 열과 성의를 다해 박수를 치거나 ‘앙코르!’ 또는 ‘브라보!’ 라고 힘껏 외쳐 보자. 그러면 본 공연 때는 듣지 못한 새롭고 재미난 곡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리=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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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립교향악단 박태영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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