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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정견 부산 황룡사 주지스님

“그림 하나하나에 경전 내용과 불교 가르침 담았습니다”

  • 기사입력 : 2016-05-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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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견 스님이 직접 그린 불화에 담긴 뜻을 설명하면서 “부처님의 법문대로 좋은 일을 하면 잘 풀리게 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그림 좋아해
    흙바닥·노트에 부처 형상 그려
     
    30대 초반 중요무형문화재 이수
    30년간 전통불화 기법 전수·계승
     
    출가 후 10년 넘게 권투선수 생활
    프로복싱 국제심판으로도 활동
     
    “생활 속 실천과 깨달음으로
    진리의 꽃과 인생의 꽃 피우기를”



    부산 연제구 배산 자락에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봄의 경치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활력이 넘친다. 배산 밑 황룡사 경내 불자들은 가벼운 목례와 미소를 띠며 부지런히 움직인다.

    정견 스님(58)을 만나기 위해 황룡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자가용들이 주차장을 꽉 메우고 있었다.

    불자라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3배를 올리고 나니 웬 범상치 않은 스님이 다짜고짜 “띠가 뭐요” 하고는 나가버렸다. 바로 촉이 왔다. 아 저 스님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권투선수 출신인 불교미술 중요무형문화재 ‘불화장’이구나라는 직감을 안고 스님 방에 들어선 순간, 아뿔싸 눈앞에 금강경 경전인 12폭 병풍이 사람을 순식간에 굳게 만들었다.

    전남 고흥 출신인 스님은 5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나 수덕사 주지인 큰아버지 밑에서 공부하다 선운사에서 출가했다. 출가하자마자 권투선수가 되겠다고 운동을 시작했다. 14세부터 30세까지 아마추어 및 프로 전적이 무려 132전 129승이고 121KO승이다. 과연 핵 펀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스님의 별별인생이 더욱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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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견 스님이 프로복싱 경기 주심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스님은 40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프로복싱 국제심판으로 활동하고 있고 지금도 1년에 5~6번은 링에서 심판 및 부심을 보며 현역선수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내가 1000가지 손재주를 지녔다 해서 우리 은사스님(법현)이 법호를 천수로 지어 주셨지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해 흙바닥(마당)에서 온종일 밥도 먹지 않고 막대기로 부처님 형상만 그렸어요. 국민학교 공부시간에도 공부는 안 하고 책상은 말할 것도 없고 노트 및 책에 온통 부처님 형상만 죽어라고 그렸읍니다. 본격적으로 탱화 수업을 받고 그리기 시작한 것은 30대 초반부터. 우리나라 불화장의 대가인 석정 큰스님으로부터 중요무형문화재 제118호를 이수해 인도네시아, 해인사 포교당, 상단, 신중탱화 불사, 보현사, 수월사, 황룡사 등 해외 포교당 탱화불사와 국내 각 유명사찰 탱화 조성과 강좌를 했지요.”

    스님은 또 욕심이 많은 대단한 학구파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불교미술학과에 입학해 이강현 지도교수 밑에서 우리나라 불교미술 전통을 잇기 위해 열심히 수학 중이다.

    그래서 스님은 명함이 3개다. 프로복싱 국제심판, 중요무형문화재 제118호, 동국대학교 불교미술 석사 재학 중으로 명함이 제각각이다.

    스님은 정행정심(正行正心)을 다시 새기며, 길을 두고도 엉뚱한 데로 가서는 안 된다, 바른 마음으로 바른 길을 가면서 공덕을 쌓아 등불 밝히는 마음으로 실천하라고 한다.

    “여기 황룡사 터는 조성모복(朝誠暮福)의 천하명당입니다. 조성모복은 새벽에 목표를 갖고 기도를 올리면 해가 떨어지기 전에 이뤄진다는 뜻입니다. 생활 속 실천과 실천 속 깨달음을 유지해 진리의 꽃과 인생의 꽃을 피워야 합니다.”

    불화와 인연을 맺고 30년간 전통불화의 기법을 전수·계승해오며 고려와 조선의 불화 도상 및 근·현대 불화승의 초본과 유작을 바탕으로 불화장의 자질로 전통불화의 기법과 전통을 이어가는 노력으로 고려불화와 조선불화의 우수한 제작 과정을 연구와 더불어 계속 전승하고 있다.

    황룡사에 모셔진 석가모니부처님을 중심으로 보살과 신중, 청법대중이 둥글게 모임을 이룬 모습으로 그려진 이 후불탱화는 부처와 중생이 하나 된 세상을 형상화했다. 석가모니부처님을 중심으로 약사불과 천수천안관세음보살불을 옆 자리에 봉안했다.

    “부처는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와 온갖 방면의 시방(十方), 곧 모든 시간과 공간에 걸쳐 두루 있습니다. 석가모니는 이 세상을 떠났지만 영원히 떠나간 것은 아니지요. 깨달은 이후 설한 법은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존속합니다. 붓다가 깨달은 불변하고 영원한 진리는 무한한 힘을 지녔고, 인간을 구제하기 위해서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은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을 어루만지는 약사여래불이기도, 극락정토를 만드는 아미타불이기도 합니다. 지장보살의 원력으로 망자를 지옥에서 구제하지만, 결국 이들을 인도해야 할 곳은 극락입니다. 불교를 알아야 탱화를 제대로 해석하고 감상할 수 있어요.”

    “아귀나 지옥중생을 지키는 수문장이기도 하며, 때론 인로왕 보살처럼 중생을 극락으로 옮기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감로탱 한 장의 그림에는 수많은 사람, 보살이 표현돼 있습니다. 아무리 현세에서 힘들어하는 중생일지라도 잘못된 생활을 반성하고 스스로 선한 행동을 하며 선업을 쌓으면 해탈에 이를 수 있어요.”

    즉 그림 하나하나에 경전의 내용, 불교의 가르침을 담아낸 것이다. 이를 모르고 절을 찾는다면 탱화는 그냥 불상 뒷면을 장식한 그림에 지나지 않는다. 탱화의 의미를 알고 보면 탱화의 문화적 종교적 가치가 다르게 보인다.

    불화를 그린 스님은 종교적 정열과 예술적 자질을 조화시켜 그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으로 그림을 보며 저만의 생각을 한다. 그러나 뜻은 한 가지다. 2600년 전 설법하신 부처님의 전법이다. 불화는 부처님 성화(聖畵)이다.

    스님은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불하며 관세음기도로 하루를 열고 매일 밤샘하며 불화장 장인으로서 붓 끝에 절대신심이 맺혀야 진짜 불화장이라며 정신을 집중한다.

    매년 스님은 장애인단체, 노인시설, 홀몸노인가정 등에 쌀과 후원금을 전하고, 신도들과 정기적으로 홀몸노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한다.

    스님은 경청과 공감의 추임새로 상대방을 편하게 해줬다. 그 덕분에 인터뷰는 부드럽게 진행됐고, 이것 저것 물어야 하는 기자의 마음도 한결 편했다. 글·사진= 김한근 기자 kh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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