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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김영란법에 대한 우려 - 김상군 (변호사)

  • 기사입력 : 2016-05-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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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물은 직무에 관한 부정한 이익을 말하는데, 공무원이 아무리 많은 돈을 받더라도 흔히 말하는 ‘대가성’, 즉 ‘직무 관련성’이 없는 경우 그 돈은 뇌물이 아니다.

    스폰서(sponsor)로부터 술과 밥, 골프접대를 받더라도 공무원이 취급하는 업무와 상관없다면 그 향응을 제공받은 공무원은 처벌받지 않는다. 수사를 받으면서 돈을 안 받았다고 잡아뗄 수 없을 때 ‘내가 받은 돈은 직무와 상관없는 떡값’이라고 변명하는 이유이다.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 공무원뿐 아니라 기자 등 언론사 종사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한 번에 100만원, 연간 합산 300만원이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처벌받는다. 앞으로 떡값도 일정 액수 이상 넘게 받으면 감옥에 갈 수 있다. 공무원은 금고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으면 당연 파직(罷職)이 되고, 벌금형의 처벌을 받더라도 해임, 강등 등의 심각한 징계처분을 받을 수 있다.

    대혼란이 일어났다. 법의 적용대상이 된 기자나 사립학교 교원들은 하필 왜 민간인들 중에 자기들만 골라서 처벌을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린다. 공무원들도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면서 불만을 품는다. 위헌법률심판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에 대해서만 제기할 수 있는 것이나 김영란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이미 헌법재판소에 그 위헌 여부가 계류돼 있다.

    김영란법의 시행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몹시 많다. 그래도 불만을 드러내놓고 터뜨리지는 못한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에 대해 부정한 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해서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어떠한 명분으로도 이를 반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회는 공무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필요할 때 도움을 받아오는 풍조가 만연했다. 이는 떳떳하지 못한 일이다. 이렇다 할 지연, 학연이나 뒷배경이 없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런 풍조에 분노했고 상실감을 느껴 왔다.

    김영란법이 실시되면 축산·화훼농가나 음식점, 유통업계가 다 죽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뇌물이 아니고서는 국가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없다는 부끄러운 말’이라는 날카로운 반대의견이 나온다. 결국, 법의 목적은 정당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수단이 과도하다는 김영란법 비판의견에 대해, ‘언제까지 이런 나쁜 고리를 이어 갈 것이냐?’라는 찬성론이 대립하는 중이다.

    김영란법에 대한 비판의견 중 가장 경청해야 할 것은 ‘떡값을 주고받는 관행을 근절하는 최선의 방법이 범죄화인가?’라는 지적이다. 김영란법의 주된 입법목적인 관(官)에 줄을 대어 로비를 하는 관행이 근절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형사처벌은 사회 유지를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서 사용돼야 한다는 지적도 옳다. 수범자(受範者)의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하는 처벌은 뇌물과 로비가 보다 더 은밀한 수단을 띠게 할 여지가 있다.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특별형법을 제정해 새로운 처벌조항을 만들고, 기왕의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입법의 불비(不備)가 문제가 아니라, 이미 제정돼 있는 법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폐지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금지입법 제정으로 극적 효과를 노리는 것은 국민과 국가기관에 혼란을 야기한다.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것은 국민의 충분한 동의를 얻은 후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김상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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