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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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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창원시 '은상이샘' 철거 논쟁 들여다보니

시민단체 “의거비와 공존 안돼”
문인협회 “문학으로 평가해야”
시 “정확한 고증부터 선행돼야”

  • 기사입력 : 2016-05-2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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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수 창원시장이 지난 2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노산동 도로변에 있는 3·15 기념비(오른쪽)와 은상이샘(왼쪽)을 둘러보고 있다./경남신문DB/


    속보= 마산 ‘은상이샘’ 철거를 놓고 시민단체와 창원시의 논쟁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급기야 안상수 창원시장이 ‘묵은 대립’을 수습하려는 의지를 밝히면서 부서 신설을 지시한 만큼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지 주목된다.(19일자 7면·23일자 2면)

    ◆갈등의 씨앗 어디서= 친독재 행보 여부로 논란이 되고 있는 마산 출신 문인 노산 이은상(1903~1982)을 두고 지역사회의 논쟁이 계속되면서 이은상의 이름을 딴 우물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논쟁은 10여년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99년 옛 마산시가 추진한 ‘이은상문학관’은 시민단체의 반발로 6년간의 치열한 논쟁 끝에 결국 ‘마산문학관’으로 바뀌었다.

    지난해에는 창원시가 11억7000만원을 들여 ‘노산동 골목길 테마가로’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이은상의 흔적을 포함시키려 한다며 시민단체의 반발이 있었다. 시민단체는 “3·15의거 기념비 주변 정비 사업비로 책정된 예산은 1000만원에 불과한데, 이은상을 기리는 사업비는 10억여원에 달한다”며 예산의 형평성을 지적했다. 이에 3·15의거 기념비와 나란히 위치한 은상이샘까지 불똥이 튀었다.

    ◆시민단체 주장= 열린사회희망연대 등 5개 시민단체가 모인 ‘은상이샘 철거를 위한 시민연대’는 24일 오전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시의 ‘은상이샘 철거 불가론’을 반박했다.

    시민단체는 “은상이샘이라 불리는 이 우물은 이은상과 관련이 없다”면서 “이같은 사실과는 별개로 은상이샘 철거를 주장하는 본질적 이유는 독재의 편에 서서 3·15의거를 폄하하고 마산시민을 모독한 이은상을 기리는 은상이샘과 3·15의거 기념비가 나란히 세워져 공존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시민단체는 은상이샘이 이은상과 관련 없다는 증거로 “1910년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조선지지자료’에 따르면 은상이샘 바로 옆에 흐르는 교방천을 당시 운상천(雲上川)이라 했고 사람들은 ‘운생이내’로 불렀다고 기록돼 있다”며 “운생이내(운상천)에 성남교가 있으며, 그 하천은 성산리와 상남리의 경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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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인협회 입장= 마산문인협회와 경남시조시인협회 등 지역문단에서는 ‘문학은 문학으로서 평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산문인협회 서일옥 회장은 “문인들은 문학은 문학으로서 평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이은상에 대한 친독재 행적 등 역사적 측면은 보는 관점에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교한 한국문인협회 고문은 “마산출신의 노산 선생은 일제의 압정에서도 초지일관 국토순례와 우리말과 글을 지키는 일, 국문학 연구를 통한 민족문화의 발굴 선양에 공헌해 온 문필가이자 시조시인이며 항일 애국지사였다”면서 “특히 일제가 한국민들에게 모국어를 못쓰게 억압한 때도 노산은 우리말과 글, 얼을 지키고 창작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이어 “중앙 일간지 기고를 통한 친독재 행적 시비가 있으나, 당시 상황과 노산의 인품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다른 각도에서 평가할 수도 있다”면서 “특히 노산은 이승만 정권 하에서 어떤 관직도 맡지 않을 정도로 사심이 없었고, 돌아가시기 1년전께 병상에 있을때 정권에서 국정자문위원에 임명한 적은 있으나 여러 면에서 억울한 측면이 많다”고 덧붙였다.

    ◆창원시 대책= 창원시는 문학계 등의 정확한 고증을 통해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라면서 섣부른 결정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은상이샘은 정확한 조성 시기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되며 현재까지 온 것은 지역민의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은상 선생의 과거 행적에 대한 평가는 문학계 등의 정확한 고증을 통해 논의할 사안으로 선생의 출생지로서 지역에 남은 흔적을 파괴할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난 20일 안상수 창원시장이 직접 현장을 찾았다. 안 시장은 이 자리에서 ‘민주성지 마산’의 전통을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관련단체 간 대립을 수습하려는 의지를 밝히면서 시청 조직에 ‘민주성지’ 담당부서 신설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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