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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1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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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경남 1% 기적 (3) 가족 모두 선천성 난치병 앓아

가족 5명중 4명이 ‘혈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희귀병’
김씨 “지뢰밭 걷는 기분”… 이혼 후 네 아이 혼자서 양육
6개월마다 병 검사로 ‘생활고’… 빚까지 져 식구들 끼니 걱정

  • 기사입력 : 2016-05-2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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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죠.”

    양산시 상북면에 사는 김기훈(가명·45)씨는 자신과 아이들의 삶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 아이를 빼고는 온 가족이 언제 혈관이 터질지 모르는 심혈관계질환이자 선천성 희귀난치병인 ‘마판증후군’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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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김기훈씨가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있다.

    기훈씨의 자녀는 17살, 15살인 두 딸과 12살, 11살인 두 아들까지 총 넷이다. 셋째 아이가 태어나던 2004년, 아내가 기훈씨 명의로 원인 모를 거액의 빚을 지면서 사이가 틀어져 이혼한 후 네 자녀를 혼자 양육하고 있다. 이 중 15살 둘째 딸만이 유전자 검사 결과 아직까지는 마판증후군이 아니라는 판명을 받았다.

    마판증후군은 주로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선천성 질환의 일종으로 근골격계, 심혈관계 및 눈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유전병인 탓에 기훈씨는 척추가 눈에 띄게 굽었고, 올해 초에는 대동맥 파열로 인한 수술 후유증으로 왼쪽 다리에 마비가 왔으며, 셋째 아이는 4살 때 수정체가 탈구돼 실명 위기를 겪었다.

    투병자의 특성이 ‘키가 매우 크고,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긴’ 탓에 기훈씨 역시 190cm가량의 거구지만, 굽은 등과 수술 후유증으로 마른 팔·다리, 그리고 마비돼 절뚝거리는 왼쪽 다리 때문에 2층의 집으로 오르는 그의 뒷모습은 유독 왜소해 보였다.

    아이들 엄마가 진 빚은 물론 6개월에 한 번씩 유전병에 따른 검사비용, 올해 초 기훈씨 수술비로 생활고를 피할 수 없는 상태다. 이들 가족은 현재 기훈씨의 여동생집에 살고 있다. 기훈씨의 여동생도 같은 병을 앓고 있고, 작은아버지는 이미 이 병으로 시력을 잃었다.

    기훈씨가 도로안전시설 보수유지업체에서 내근을 하며 벌어오는 생활비는 월 200만원 남짓. 카드값과 의료비, 빚을 갚고 나면 다섯 식구 끼니를 때우기도 부족하다.

    기훈씨는 “1000만원이 넘은 제 수술비에 아이들 검사비용과 약값까지 감당이 힘들 정도지만, 아이들이 나처럼 아프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훈씨는 6개월에 한 번씩 서울삼성병원에 내원해 각종 검사를 진행하고, 약물복용으로 인한 후유증이 있을지 살피고 있지만, 이 병은 아직 특별한 치료법이 없이 사전에 혈압 등을 예방하는 것뿐이라 아이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훈씨는 “나는 심장통증이 와서 수술을 했지만, 세 아이는 아직 어떤 증상이 발병하지 않았다. 의사는 차라리 증상이 나타나 수술한 내가 다행이라고 하더라. 두 아들은 어려운 환경에 비해 성격이 아주 밝아 잘 뛰노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몸에 무리가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기훈씨는 지난 1월에 수술을 받은 탓에 아직 완전하게 몸이 회복되진 않았지만 당장의 생계를 위해 조금씩 일을 나서고 있다.

    기훈씨는 “아이들이 병을 앓고 있는 건 온전히 내 탓이지 않나. 막대한 재산을 물려줘도 모자랄 판에 아이들에게 병을 물려주게 돼 마음이 썩어 문드러질 것 같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검진이라도 제때 잘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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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김현미 기자

    ※후원 문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 055-237-9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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