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남해 금산을 처음 걸어 오른 어느 봄날과 이 시가 담긴 시집이 출간된 시기가 비슷해, 이 시는 금산의 실경과 함께 다가온다. 시의 인기를 반영하듯 ‘여자’의 정체에 관해 이미 많은 독법(讀法)이 나와 있지만, 이 시를 다시 읽는 지금 새 독법이 생긴다. 지금 내게 이 여자는 ‘나의 청춘’이다. 돌아보니, 남해 금산을 오르던 그때 ‘나의 청춘’과 나는 사랑을 했었다. 그 시절 가난한 젊음이 자기의 청춘과 동거하던 컴컴한 돌 속에 숨어 사랑을 했었다. 그 여자(= 나의 청춘), 해와 달(= 세월)이 끌어 가 버리고, 나도 돌 속(= 컴컴한 시대)에서 끌려 나와, 푸른 하늘 아래 서 있다. 그 여자 없이 혼자 푸른 하늘 아래 멍청한 중년이 돼 서 있다. 그 여자의 살 냄새를 그리워하며…. 이중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