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열린포럼] 장애인복지제도는 장애인만을 위한 것인가- 황미화(위드에이블 시설장)

  • 기사입력 : 2016-05-31 07:00:00
  •   
  • 메인이미지

    지인을 통해 전해들은 50대 중반 시각장애인 이야기이다. 그녀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모 초등학교에 발령받은 초임교사였다. 성격도 활달하고 사교적이어서 학교생활도 원만했고 친구관계도 좋았다. 퇴근 후 동료들과 어울리며 저녁도 먹고 차도 마시며 여가와 취미생활을 즐겼다. 주말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나 연극을 보기도 하고 가끔은 교외의 산과 들로 나가서 자연을 즐기기도 했다. 평소 열심히 교사생활에 전념하고 틈틈이 젊음과 낭만을 즐기는 평범한 젊은이로 특별히 아쉬울 것이 없는 생활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안과 질환으로 시력을 잃었고 결국 1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20대 중반 젊은 미혼여성에게 시력상실은 영원히 볼 수 없다는 상실감을 넘어 공포감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누구든지 상상해보면 공감이 간다고 본다. 이후 그녀의 생활은 이전과는 180도 완전 바뀌게 된다. 흔히 말하는 오라는 데도 없었지만 혼자서는 나갈 수가 없었다. 이전에 그렇게 평범했던 일상이 한순간에 모두 불가능이 되었다.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고 한다. 이후 그녀는 집안에서 두문불출하며 20여년 이상 세상과는 단절된 고립무원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마흔 중반을 넘어서야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그것은 경남도의 장애인복지사업인 무료안마사교육 덕택이었다. 교육과정을 수료한 후 아직도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안마사로서 또 다른 삶을 삶아가고 있다. 결국 장애로 인하여 차단된 한 사회인의 삶을 세상과 연결한 것은 장애인복지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사회관계를 통해 욕구를 충족한다.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궁극적으로 자기발전을 도모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사회구성원들은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 사회관계 자체가 어렵게 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부모사망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소년소녀 가장, 잘 다니든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 산재나 고통사고로 인한 장애, 원인을 알 수 없는 희기 난치성 질병과 폐질, 소득과 재산을 상실한 고령화 등 사회적 위험은 너무나 다양하고 일상적이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 쯤 이러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비해 우리사회가 만든 것이 복지제도이다. 복지란 결코 빈곤자, 노인, 장애인 등 소외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매년 발표되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각종 지표자료에 의하면 GDP, 수출입규모, 자동차생산량, 인터넷 등 우리나라의 경제지표는 대부분 세계 10위권 정도이다. 이에 비해 사회복지비 지출, 국민부담율, 삶의 만족도 등 사회지표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러한 위험에 대비해 사보험료 부담이 높다고 한다. 사회복지는 공적인 보호체계인 반면 개인보험은 영리 시스템에 의한 보장체계이다. 연대감에 의한 공존적 생활방식보다 경쟁에만 의존하는 개별적 생존방식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일까?

    중남미 열대지역에 서식하는 흡혈박쥐들은 밤마다 먹이(동물의 피) 사냥에 나선다. 항상 사냥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여 굶고 돌아올 때도 있다고 한다. 박쥐들은 계속해서 사흘만 굶으면 죽음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사냥에 성공한 박쥐는 실패한 박쥐에게 먹이를 나누어 준다고 한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사냥실패 확률에 의거하여 예상수명을 계산하면 3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서로 먹이를 나누는 연대적 전통 덕택에 15년 이상을 산다고 한다. 인간사회에도 연대감에 의한 복지적 삶이 각자도생의 배타적 생존방식보다 우월하다고 추론하는 것은 무리일까?

    황미화 (위드에이블 시설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