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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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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복도에 재떨이 설치한 창원 A아파트

"꽁초 투기 방지용" vs "흡연 분위기 조장"
관리사무소 “화재 예방, 청결 유지 위해 불가피한 선택”
일부 입주민 “담배 연기 고통…냄새로 흡연 충동 더해”

  • 기사입력 : 2016-05-3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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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연문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창원의 한 아파트 복도에 재떨이가 설치돼 오히려 흡연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해당 아파트는 화재 위험성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설치했다는 입장이지만 비흡연 주민들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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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의 한 아파트 복도에 놓여 있는 재떨이.
    ▲어디선가 불어오는 담배 냄새, 알고 봤더니=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전모(34)씨는 요즘 부쩍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복도식 아파트에 사는 전씨는 최근 날이 더워지자 통풍을 위해 현관문을 열어놨는데 담배냄새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3살 난 아이를 키우고 있어 담배냄새가 신경 쓰였던 전씨는 냄새의 진원지를 찾아 나섰고, 복도 계단에서 담배꽁초를 버리는 재떨이를 발견했다. 전씨는 누군가가 담배를 피우기 위해 개인적으로 설치했겠거니 생각했지만, 위아래층 복도에 모두 재떨이가 있었다. 수소문 끝에 찾아낸 재떨이를 설치한 주인공은 바로 관리사무소.

    전씨는 “나도 흡연자지만, 이웃에 피해를 줄까 봐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사방팔방 재떨이가 설치돼 있으면 흡연 충동이 더 느껴진다”며 “요즘 같이 금연을 강조하고 있는 시대에 관리사무소가 재떨이를 설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 직접 찾아가 보니= 지난달 23일 오전 직접 해당 아파트를 찾아가 봤다. 전씨가 사는 아파트 23개 층 중 15개 층에 재떨이가 있었다. 복도 벽면에는 ‘꽁초 투기 금지’를 알리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다른 층에도 ‘흡연금지구역’, ‘화재 발생 위험’이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아파트 주민 이모(33)씨는 “요즘 현관문을 열어두면 날아 들어오는 담배 연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며 “담배꽁초를 없애려고 재떨이를 설치한 취지는 알겠지만, 재떨이 때문에 담배 연기가 더 많아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푸념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재떨이가 없으면 복도 바닥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경우가 많아 청소부들이 어쩔 수 없이 설치한 것 같다. 재떨이가 없으면 창문 밖으로 꽁초를 던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 겨울에는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도 발생했다”며 “재떨이를 빨리 없애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전국 금연 아파트 늘고 있지만 경남은 ‘아직’= 지난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의 제정 이후 사회 전반으로 금연구역 지정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가 아파트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관련 조례를 개정해 아파트 공동공간(복도·계단·엘리베이터·지하주차장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면 10만원 이내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조례는 지자체에 따라 해당 아파트 주민 2분의 1 혹은 5분의 3 이상 동의를 얻도록 했다. 경기도는 올 초부터 최근까지 금연 아파트 5곳을 지정했다.

    충청도, 대구 등에서는 금연 아파트보다 제한이 낮은 금연자율아파트를 지정하는 등 금연 아파트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경남도에 따르면 아직 도내에 금연 아파트로 지정된 곳은 없다.

    경남도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오는 12월 국민건강증진법의 개정으로 아파트 공동공간도 금연 대상구역으로 지정될 예정이기 때문에 따로 조례를 개정해 금연 아파트 지정을 하고 있진 않다”며 “현재로서는 아파트 공동공간의 흡연 문제는 관리사무소 자체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고, 주민 스스로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고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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