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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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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 - 문정희

  • 기사입력 : 2016-06-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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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들은

    딸을 낳아 아버지가 될 때

    비로소 자신 속에서 으르렁거리던 짐승과

    결별한다

    딸의 아랫도리를 바라보며

    신이 나오는 길을 알게 된다

    아기가 나오는 곳이

    바로 신이 나오는 곳임을 깨닫고

    문득 부끄러워 얼굴 붉힌다

    딸에게 뽀뽀를 하며

    자신의 수염이 때로 독가시였음도 안다

    남자들은

    딸을 낳아 아버지가 될 때

    비로소 자신 속에서 으르렁거리던 짐승과

    화해한다.

    아름다운 어른이 된다.

    ☞이 시를 읽다 보니, 분만실에서 딸을 안고 탯줄을 자르던 기억이 또렷해진다. 분만실에 꼭 같이 들어간다고 약속해 놓고도, 겁도 나고 어색하고 해서 슬그머니 피해 있었는데, 장모님 등쌀에 떠밀려 들어가 딸을 안고 탯줄을 잘랐다. 아버지들이여, 딸을 가진 아버지들이여, 기억하시는가, 갓 태어난 딸을 처음 안았을 때의 느낌을. 수컷으로 태어나 세상에서 저지른 모든 죄를 참회하고 싶었다. 산정에 고고히 좌정한 정신들이 던지는 벼락에도 무너지지 않던 죄성이 이 연약한 살덩어리 앞에서 무릎 꿇었다. 이중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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