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30일 (토)
전체메뉴

[열린포럼] 말만 가려서 해도 존경받을 수 있다- 정철영(창원시 진해구청장)

  • 기사입력 : 2016-06-07 07:00:00
  •   
  • 메인이미지

    ‘입과 혀는 재앙과 근심을 부르는 문이요, 몸을 망치는 도끼와 같다(口舌者 禍患之問 滅身之斧也·구설자 화환지문 멸신지부야)’

    명심보감 언어편에 나오는 구절로, 중국 한나라 때 군평(君平)이 한 말이다. 비록 잘못 사용된 사례이기는 해도 연산군이 폭정을 바로잡고자 바른 말을 하기 시작한 충성스런 신하들에게 오히려 이 글을 새긴 패를 가슴에 차고 다니게 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한마디 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라’는 서양속담이나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는 걸 보면 말조심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이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인 것 같다. 이러한 말의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는 속담이나 명언들은 동서고금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말은 양면성을 지닌다. 무심코 내뱉은 말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만, 따뜻하게 건네는 말 한마디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말을 함부로 해서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는 곳이 정치권이다. 정치권의 막말 파동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내용도 노인폄하, 여성비하 등 다방면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를 보는 많은 이들은 그들의 수준 낮은 품격과 언어수준에 실망을 넘어 개탄스러워하고 있다. 요즘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서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장, 기업 등 사회 곳곳에서 국어사전에도 없는 ‘협치’라는 말이 등장했고 이내 유행하고 있다. 협치(協治·governance)란 다양한 행위자가 통치에 참여하고 협력하는 시스템을 말할 것이다. 한마디로 서로 힘을 합해 나라를 다스리자는 말이다. 소통과 양보를 통해 생산되는 창조물이 협치의 결과물일 것인데, 자칫 내 뜻대로 안 된다고 ‘협치 파기’라는 말이 곧 등장할까 봐 걱정스럽다.

    또한 최근에는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해 우발적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사건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말은 감정을 움직이게 하고 감정은 흥분을 고조시키며, 흥분은 과격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독설과 막말은 누구나 깊이 조심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창원시공무원노동조합에서는 격년제로 직원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존경받는 간부공무원’을 선정해 발표한다. 그간 수상자로 선정된 간부공무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업무에 대한 열정, 청렴성, 리더십 등 나름대로 우수성을 갖춘 공무원이겠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부하든 동료든 민원인이든 누구에게나 예의를 갖추어 말을 하고 예의로 대한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우리 주위에는 불평을 예사로이 내뱉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불편해서 불평을 하겠지만, 불평을 글로 써 보면 어떨까?

    나는 불평 많은 동료를 대할 때마다 이런 말을 한다. ‘말로 하면 불평이요, 글로 쓰면 아이디어’라고. 불평을 글로 쓰려면 쓰기 전에 생각하고 정리하면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글쓰기가 습관화되면 자연스럽게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갈등 조정능력이 조직의 경쟁력이다. 갈등을 원만하게 해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말’이다. 상충되는 이해관계에서 자기 주장을 강력히 내세우는 당사자에게 자칫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말은 갈등 해소는 고사하고 말싸움으로 번지기 쉽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모든 사람에게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있다. 바로 시간과 말이다.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듯이,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 냥 빚도 갚을 수 있고, 미움을 받을 수도 있다. 당장 오늘부터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에서 식당 종업원에게, 동료 직원에게, 가족과 친지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 보는 건 어떨까.

    정철영 (창원시 진해구청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