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경남시론] 여자, 남자의 운명인가- 최환호(경남대 초빙교수)

  • 기사입력 : 2016-06-08 07:00:00
  •   
  • 메인이미지

    ‘강남역 사건’ ‘섬 여교사 성폭행’. 인터넷 여론을 폭발시킨 많은 여성들과 네티즌들의 추모와 분노, 공포의 신드롬을 ‘조현증 살인’ ‘묻지마 살인’ ‘이성 혐오’ ‘성 폭력’이니 하여 단세포적 센세이셔널리즘으로 단정하고 묻어버리면 그만인가. 과연 사후 처벌강화 위주로 급조된 범정부 대책만으로 ‘확’ 달라질까? 특단의 대책을 기대했지만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수준이라. 여성범죄 사전예방 대책의 부재에다 여성인권 신장에 대한 사회인식 전환대책 등의 누락까지.

    배우 한예리가 관객 앞에서 변론을 이어갔다. “여성들은 지난 수천 년간 폭력과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중략) 그의 죄라면 억압당하고 희생을 강요당했던 이 땅의 여성으로 태어난 것뿐입니다.”(2016년 서울여성영화제 상영작. ‘여판사’) 인류 역사상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에게 죽임을 당하는 일(femicide. 다이애나 E. H. 러셀)’. 이런 비인간적·반문명적 악습을 타파할 새 시대정신의 정립, 그 절체절명의 시점에 섰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살인, 성폭력 등 강력범죄의 가해자 98%가 남성인 반면, 피해자 84%는 여성임에야.

    세계경제포럼(WEF)은 매년 고용, 교육, 정치, 보건지수를 산출 합산하는 성격차 지수(GGI)를 발표한다. 작년 11월 한국은 145개국 중 115위로 떨어졌다. 저간의 사정을 감안하고 인류사적 현상이라 치부하더라도 서구는 1990년대를 계기로 여성살해 형법 개정은 물론 인류애 차원의 변화를 적극 모색했으나, 대한민국은 여태껏 취침 중이다.

    미국의 여성 저널리스트 해나 로진은 “남자들은 4만 년 동안 세상을 지배했으나, 여자들은 고작 40년 전부터 남자를 밀어내기 시작했다(‘남성의 종말’)”고 말한다. 묻노니 남자들이여! 그대들은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졌나 땅에서 솟았나. 위대한 여성,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과 지난한 산고 끝에 태어나 거들먹대고 있지 않은가. 러시아 속담. ‘아버지 사랑은 무덤까지 이어지고, 어머니 사랑은 영원까지 이어진다’고. 괴테의 대작 ‘파우스트’의 마지막 구절. “영원한 여성이 높은 하늘로 우리들을 이끌어 올린다.”

    어찌하여 나의 어머니, 아내, 딸, 누이, 연인인 여성을 상대로 극악무도한 짓거리를 자행하는가. 폐일언하고 남자들, 진짜 인간 맞나! 누군가 “개도 그리 안 한다”고 했다. 맞다. 개도 물어뜯을 때를 알고 의리를 지키고 은혜에 보답까지 한다. 텍사스대 데이비드 버스 교수 말대로 “인간이 살인으로 진화했다(‘내 이웃의 살인마’)”면, 남자는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제의 권력 강화수단으로 여성을 살해해 왔다.

    정신 차려 남자들아! 남자가 명심 또 명심할 건 여자가 잘나가야 남자도 행복해진다는 거다. 맥킨지 조사 결과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회사의 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10% 더 많은 걸로 나왔다. 20여 년 전 스웨덴에서 ‘페미니즘 확산 이래 5년이었던 남녀 간 평균수명 격차가 2년으로 줄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 여전히 7년.

    최근 ‘남녀의 장점이 접목된 혼성팀이 최고의 성과를 거둔다’는 많은 연구가 나오고 있다. 직장이나 일에서 남녀 간에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강점을 지지 교감하는 능력, 즉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이 뛰어난 파트너와 조직이 승승장구한다는 거다. 뛰어난 파트너끼리의 결혼은 미혼에 비해 부의 축적은 4배 이상 유리하고, 훨씬 더 건강하고 행복하며 장수한다는 거다.

    삶의 진실이 반짝이는 루이 아라공의 시. “여자는 남자의 미래… 여자로 인해 낡은 세상은 바뀔 것(‘미래의 시’)”이라고. 존재의 이유, 조용필 노래(‘여와 남’). “너가 있음에 내가 있고 내가 있음에 너가 있다.” 하여 남자여! 깨달음은 거창하지 않다. 당신 곁의 여자를 운명으로 흔쾌히 받아들여 사랑하고 사랑하며, 사랑하는 거다.

    최환호 (경남대 초빙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