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시집에 관한 추억 - 서정춘
- 기사입력 : 2016-06-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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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새봄맞이 남새밭에 똥 찌끌고 있고
어머니는 언덕배기 구덩이에 호박씨 놓고 있고
땋머리 정순이는 떽키칼 떽키칼로 나물 캐고 있고
할머니는 복구를 불러서 손자 놈 똥이나 핥아 먹이고
나는 나는
몽당손이 몽당손이 이 강산 낙화유수 아재비를 따라
백석 시집 얻어 보러 고개를 넘고
☞ 마치 시인 백석이 직접 쓴 것 같다. 아마도 시인은 백석 시집을 얻어 보러 고개를 넘어 가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백석풍으로 노래하고 싶었을 것이다. 참 아름답지 아니한가! 이런 풍경 하나 가슴에 있으면, 그 사람 세상이 물들일 수 없으리라.
이 땅을 낙화유수처럼 떠돌아다니는 아재비. 사춘기 소년에게 시인 백석의 전설을 처음으로 알게 해준 사람이리라. 지금도 있는가? 이 강산을 낙화유수처럼 떠돌아다니는 한량이? 시집을 얻어 보러 산 고개를 넘어가는 소년이? 이중도 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