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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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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여성혐오’와 성평등- 황선준(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 기사입력 : 2016-06-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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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은 경찰이 주장하듯 단순한 ‘묻지마’ 사건이 아니다. 범인은 화장실에서 한 시간 반이나 기다리다 한 여성을 살해했다. 특정 여성이 대상이 아니었어도 분명 여성을 지목해 살해한 여성혐오적 동기가 강한 살인이다. 경찰진술에서 ‘평소 여자들이 무시해서…’라고 언급한 범행동기도 이런 추측을 가능케 한다. 이런 유형의 범죄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자 일부 남성들이 이제껏 누렸던 각종 권익을 여성에게 박탈당하고 그래서 우월감에 상처를 입는 위기감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성차별이 심한, 아직도 강한 가부장적 사회다. 2015년 세계경제포럼(WEF)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평등지수는 조사대상 145개국 중 115위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고용에 관한 OECD 자료는 이를 확연히 보여준다. 2014년 한국 여성의 임금이 남성 임금의 약 60%로 남녀 임금격차가 OECD 국가들 중 가장 크다. 또 한국 남성은 고용률이 71% 정도인 데 비해 여성은 50%가 채 되지 않고 있다. 기업에서 한국 여성 임원의 비율은 14% 정도로 40%를 넘거나 이에 육박하고 있는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국가들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는 한국 여성들이 승진단계에서 두터운 ‘유리천장’을 뚫지 못한다는 뜻이다. 권력기관에의 진출도 마찬가지다. 스웨덴 내각의 절반(24명 중 12명)이 여성 장관이고, 의회 의원도 여성이 절반에 가까운 데 비해 한국은 17명의 장관 중 1명이 여성이며, 여성 국회의원은 17%에 그친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학력, 역량, 지도력이 북유럽 여성들보다 현저히 낮아서 그런가? 결코 아니다. 개인의 역량이나 특성 때문이 아니라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성 불평등이 우리사회를 이렇게 만든 것이다. 특히 출산, 육아는 물론 가사까지 여성의 몫인 가부장적 사회가 한국 여성의 사회진출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며 이로 인한 성차별이 당연한 사회 분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여성혐오적 범죄에 대한 대책은 아주 낮은 여성의 사회진출과 승진을 높여 성평등을 확립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이것을 북유럽사회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몇 가지 중요한 일들을 해내야 한다.

    첫째,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보호하는 법 제정이 시급하다. 2007년 제정에 실패한 차별금지법을 이번 20대 국회는 최대한 빨리 제정하여 종교, 인종, 성, 성 정체성과 지향성, 장애, 나이 등에 의한 차별을 근절하는 근간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여성, 이주 노동자, 장애인,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심각하다. 이런 사회적 질병을 극복하고 협력과 배려, 존중을 통한 공동체 형성을 위해 법 제정은 최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

    둘째, 교육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지난해 교육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과 관련자료에는 시대역행적으로 성적 지향 용어 사용금지와 성소수자 내용을 삭제하는 한편, ‘여성은 무드에 약하고 남성은 누드에 약하다’는 식의 수준 이하의 성교육을 하고 있다. 성인권 및 성평등 교육체계가 바로잡히고 인간존중 교육이 이뤄질 때 여성혐오 문제도 해결된다.

    셋째, 성인권과 성평등을 위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의 당당한 사회 진출이다. 이때 가사 및 육아는 부부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또 직업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국가는 지금보다 길고 모두에게 균등하게 적용되는 유급육아휴직제도 및 양질의 저렴한 공립 유아학교제도를 확대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이제 한국 여성도 전업주부란 개념을 쓰레기통의 유물로 만들고 차별받지 않는 경제활동을 통해 남성과 평등한 관계를 세워야 한다.

    이러한 법 및 교육체계 확립과 여성의 사회진출에 의한 성평등이 우리 아내, 딸, 누이, 어머니가 오늘도 우연히 살아남음에 가슴 쓸어내리지 않는 사회를 만든다.

    황선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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