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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국회, 법 만들 자격 과연 있을 것인가- 김인혁(창원문성대 교수)

  • 기사입력 : 2016-06-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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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지각 국회가 됐다. 법정 시한에서 이틀 지난 지각 출범(6월 9일, 국회의장 선출)이 지난 역대 국회 원구성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라는 정치권의 자평(自評)은 자화자찬에 불과하다. 13~19대 국회까지 임기 개시 후 원 구성에 걸린 시간은 평균 51.2일이었다. 그들 스스로에게는 그런 합리화가 제법 그럴싸하게 포장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유권자인 국민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4·13총선이 가져다 준 3당 구도의 민심을 생각해서라도, 법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역대 국회가 저질렀던 우(愚)를 단 하루라도 다시 또 범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제19대 국회의 무능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총선 결과에 대한 겸허한 성찰 없이 당내 파벌싸움은 여전했다. 협치(協治)의 가능성을 약간 보여주긴 했어도 정당 간 힘겨루기 또한 19대 때와 달라진 것은 없다. 선거를 거듭한 만큼 성숙한 정치문화로써 국가비전을 제시해야 할 제20대 국회다. “나이 50이 돼서도 세상 보는 눈이 스무 살 때와 같다면 30년을 헛산 것이다”라고 했던 무하마드 알리의 말은 우리나라 정치에 빗댈 만한 비유다. 제20대 국회가 법을 과연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19대 국회는 불임국회였다. 국민 개개인의 삶을 좌우하고,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곳이 국회 아닌가. 그 중심에 선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해 헌법기관으로서 충원되었다. 이번 4·13총선 과정과 19대 경험을 비추어보면, 우리나라 정치충원 시스템은 3가지 패러독스(모순, 역설)의 함정에 빠져 있다.

    첫째, ‘1987년 체제’의 모순이다.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폐해는 두말할 것 없이 명백하다. 그런데도 정파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누구도 선뜻 입을 떼지 않는다. 1987년의 민주화항쟁 이후 30년이 지났다. 9차 개정 당시에 비해 너무나 변한 오늘의 정치·사회·경제현실을 현행 헌법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제20대 국회는 이제 새 시대의 이념과 그 실천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대통령 선출과 국회 구성 등 국가권력 구조를 개편하는 새 판 짜기로 가능하다.



    둘째는 기득권의 모순이다. 선거 때만 되면 모든 정당과 당선인들은 그 많은 의원 특권들을 내려놓겠다고 하다가 막상 개원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다. 이틀 지각 개원도 따지고 보면 유권자가 뽑은 선량(選良)으로서가 아니라, 자신과 그가 속한 정파적 기득권 싸움에서 비롯하고 있다. 19대 국회 법안 발의건수는 1만7822건, 대안반영 폐기 법안 4636건으로 역대 최대다. 그러나 그 많은 법안 중에 의원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한 법안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가결 법안은 2793건(가결률 21%, 대안폐기 제외)에 불과하다. 최고 비효율 국회다. 글자 몇 개 바꾼 비슷비슷한 법안 제출로 실적을 포장하는 의원들의 모순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셋째, 매니페스토(선거공약)의 모순이다. 국민들은 다 안다. 많은 복지정책들이 선거 때 표를 긁어모으기 위해 급조한 것들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선심부터 제공했다. 선거에서 부실한 공약이 급조될 수 없도록 공직선거법과 정당법 등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공약의 재정추계와 추진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혀야만 공천과 후보등록이 가능하도록 법적 구속력을 강화하고, 등록일도 현행보다 더 앞당겨 매니페스토 작성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도록 바꾸어야 한다. 4·13총선에서 정책선거가 실종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달 말 발표한 ‘삶의 질 지수’(Better Life Index, OECD)는 OECD 국가 38개국 중 24위(2012년)에서 28위로 떨어졌다. 특히 ‘일과 삶의 균형’ 영역은 꼴찌에서 세 번째인 36위다. 이를 변화시키려면 국회가 변해야 한다. 제20대 국회의원들의 입법능력과 헌신에 달린 문제다. 경남지역구 당선 의원들의 분투를 기대한다.

    김인혁 (창원문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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