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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탐사와 시추- 이명호(한국해양대 해양플랜트운영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6-06-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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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일 메이저가 소유하고 있는 가스전이나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먼저 얼마나 많이 얼마나 깊이 그리고 얼마나 넓은 지역에 기름이 분포되어 있는지를 사전에 탐사해야 한다.

    해양에서의 지질탐사 방법은 예전에는 지표암석이나 토양 그리고 시추에서 얻은 시편으로 지표를 해석했으며, 최근에는 지표암석을 인공위성 자료를 통해 중력계를 이용하여 지표에 흐르는 석유를 알려주는 미세한 지구 중력장의 변화를 측정하기도 한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탐사선이 바닷물 속에서 인공적으로 발생시킨 충격음파를 지하의 지층으로 보내 그 충격파가 땅속에 있는 각 물질의 매질 밀도에 따라 통과하는 속도가 다른 점을 이용하여 되돌아오는 반사음파를 분석하면 지층의 크기와 모양 그리고 물질들을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영국의 해양탐사선 챌린저호는 이미 1876년에 서태평양에서 수심 8180m에 달하는 해연을 발견하여 챌린저 해연이라 이름을 붙였으며 탐사 중 1874년에는 4000~6000m의 심해바닥에서 감자덩어리 같은 철강, 화학, 통신 및 항공기 엔진의 주요 원료로 쓰이는 망간단괴를 발견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우리나라도 남한면적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광구를 확보했다.

    심해시추는 육상에서의 시추와는 달리 해상의 높은 파도, 바람 그리고 조류에서도 작업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 일반 상선의 경우에는 파도와 바람과 조류에 따라 속수무책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원하는 위치에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배를 부두에 붙들어 매거나 닻을 놓아 고정한다. 심해시추선의 경우에는 먼 바다의 깊은 수심에서 해상 날씨에 상관없이 정해진 위치에서 시추 작업을 계속해야 하지만 수심이 너무 깊어 닻을 놓을 수가 없고 묶어 둘만한 고정물도 없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고정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시추하는데 위치를 정확하게 유지시켜주는 시스템을 전문용어로 DPS(동적위치제어장치)라고 하는데 이 DPS의 원리는 바람, 파도, 조류 등의 외부 영향을 감지하고 또한 예측하여 시추선 선체 밑에 설치된 프로펠러를 지속적으로 가동하여 위치제어를 한다. 또한 위치의 변화는 DPS로 해결됐지만 파도에 의해 배가 상하로 움직이는 Heaving 동작에서도 시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장치가 Heave Compensator라는 시스템으로, 열차나 비행기에서 상하로 갑자기 움직이더라도 운동신경에 의해 들고 있는 커피를 쏟지 않는 것처럼 배가 아래위로 움직일 때 시추장비를 실시간으로 배가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해서 시추장비를 항상 같은 높이로 유지시키는 기능이다.

    이러한 위치제어와 히브 보상장치가 제대로 작동되면 본격적인 시추작업이 시작되는데 기본적으로는 수직으로 굴착을 하지만 내려가면서 유전을 찾아서 원하는 방향으로 시추하는 첨단의 방향성시추를 하게 된다. 따라서 산유국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 시추를 하게 되면 시추관이 어디로 갈지 시추선 외에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분쟁이 일어날 수가 있다.

    위치제어, 히브 보상, 수평시추 등의 첨단기술을 미국, 영국, 노르웨이, 프랑스 같은 해양 선진국들이 독점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석유공사가 보유하고 운영한 지가 30년이나 되는 석유공사의 시추선이 있지만 한국인 시추기술자는 손꼽을 정도로 드물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한국인의 시추기술자를 적극적으로 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러한 기술자들이 경험을 가지고 돌아와서 시추선과 시추장비들의 기본설계를 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명호 (한국해양대 해양플랜트운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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