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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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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정소란

  • 기사입력 : 2016-06-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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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많이 흔들리며

    비 맞고 올지

    빗줄기도 미끄러진 길을

    갈매기 낮게 나는 일에도

    가슴에 물결이 일고

    너 오는 동안에는

    몽혼의 잠에 취해 버리기를

    문 밖에 바람이 불고

    눈 밑 서늘히 그늘이 지면

    네가 내 안에 이미 들어 숨을 쉰다고

    거들어 들어온 미열의 통증이

    익숙한 처방을 한다



    일탈이 필요하다

    ☞‘처녀지’를 사전과는 다르게 정의해 보고 싶다. 아무도 밟지 않은 땅이 아니라, 거기에 발을 디디면 처녀로 돌아가는 땅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추억은 영원한 처녀지이리라. 거기에 발을 디디면 언제나 처녀로 돌아간다.

    시인은 추억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추억이 다가오는 ‘징후’를 그릴 뿐이다. 시인이 추억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추억이 시인의 안부가 궁금해 찾아온다. 비를 맞고 먼 길을 걸어온 추억이 시인의 마음속으로 들어와 통증을 일으키고, 시인은 일탈이라는 약을 처방한다.

    일탈! 갑갑한 수틀 같은 일상으로부터 잠시 동안 탈출하는 것. 일탈은 추억의 품으로의 귀환일 것이다. 시인은 추억의 푸른 그림자를 걸치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물오른 나무처럼. 이중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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