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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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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무병 장수 기업의 꿈- 이정환(재료연구소 부소장)

  • 기사입력 : 2016-06-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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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체에 대한 지식이 늘어가면서 이제 진시황도 이루지 못한 무병장수의 꿈이 현실이 돼 가고 있다. 특별한 사고를 배제한다면 100세 수명을 기대하는 것이 그리 허황된 꿈이 아닌 것 같다. 사람과 같이 기업도 태어나서 성장하고 정체되는 시간을 지나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주기를 가지고 있다. 모든 기업들의 목표는 보통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일 텐데 우리나라에서는 100년이 넘게 장수하고 있는 기업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오래된 기업은 ‘두산’으로 박정원 회장의 할아버지가 1896년에 창업한 ‘박승직 상점’에서 유래했다. 두산은 창원에도 계열사가 있는 친숙한 기업이다. 기업이 활동하는 경제의 바다는 현실의 바다와는 비교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계이다. 100년을 넘게 거친 경제의 바다에서 생존을 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큰 박수를 받아 마땅한 성과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단인 창원공단은 제3차 경제개발 5개년의 중화학공업 추진계획에 따라 1970년대 중반부터 개발이 시작됐다. 1975년 밸브를 생산하는 부산포금(현 PK밸브)을 시작으로 금성사, 대우중공업, 기아기공, 한국종합특수강, 부산제철, 삼성중공업, 효성중공업 등의 대기업들이 자리를 잡았으며 1980년대 이후의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견인하는 대표적 산업단지로 성장했다. 대기업 협력업체들도 우리 지역에서 창업해 지역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IMF 시기를 지나면서 많은 기업들이 다른 기업에 팔리거나 합병되면서 이제 원래 이름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최근에는 중소, 중견기업들의 창업자들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창업자가 은퇴를 하더라도 전문경영인이나 창업주의 2세들이 회사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최근의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지난 20~30년 동안 구축해 온 전문 분야가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반면 우리 지역에서 새롭게 창업을 해 우리나라나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기업으로 성장한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실제로 한 국가나 지역의 경제가 계속 성장하려면 상위 10%를 구성하는 기업이 계속 바뀌어야 한다고 하는데 어려운 지역경제를 반영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경영학자 톰 피터스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에도 1980년대 초우량 기업으로 선정된 46개 중 25년 뒤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6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세계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40~50년 정도이며 우리나라는 33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경영학자들이 꼽는 장수기업 비결로는 지속적 연구개발 투자, 핵심경쟁력 중심의 사업구조조정, 최고경영자의 위기관리 능력, 신뢰 있는 노사관계를 들고 있다. 경영학자들의 추상적 개념을 들을 때면 어떻게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가 잘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기업은 어떤 사업이 앞으로 돈을 벌게 해 줄지, 그러려면 지금 핵심 사업을 유지할지 그만둘지를 항상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사업주 혼자 능력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에, 기업 안팎의 구성원들과 격의없이 이야기하고 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장수기업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창립한 지 348년이나 된 독일의 소재기업 머크는 잠재성장 가능성을 두고 주기적으로 사업분야를 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개별 기업의 노력이 무병장수하는 기업을 만들고 이를 통해 회사의 주주, 종업원, 지역사회를 포함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건강한 기업문화가 우리 지역과 나라에 뿌리 내리기를 소망한다.

    이정환 (재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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