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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대우조선만이 문제일까?- 배종일(대신회계법인 공인회계사)

  • 기사입력 : 2016-06-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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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은 갑을 넘어설 수 있을까? 을은 갑의 의지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얼마 전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였다. 아니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숙제다. 우리 국민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정답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에는 갑의 뜻대로 될 것이다.

    지금 경제 관련 뉴스 중 가장 관심사는 대우조선해양과 관련된 것이다. 이 회사의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갑을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회사를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은행의 임직원이 퇴직 후 그 회사에 다시 취업을 하고, 회사의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분식결산을 적발하지 못했다. 못한 것인지 안 한 것인지는 검찰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회계감사에 실패했다.

    관리감독권한을 가지고 있는 은행은 갑이고 회사는 을이다. 회계감사에서는 회사가 갑이고 회계법인이 을이다. 회계감사에서 독립성을 지켜야 할 외부 감사인이 왜 을인가 하는 점을 일반인은 모른다. 그 이유는 외부 감사인을 회사가 선정하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회사의 감사인으로 선정된 회계법인이 계속적으로 업무를 수임하기 위해서는 회사 경영진의 의도를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을 단지 전문직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회계감사인이 잘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어떠한 변명을 하더라도 잘못한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나 개인적 이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계감사인들이 회사 경영진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감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회사가 외부 회계감사인을 선정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형식적으로는 회사 경영진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회사 경영진의 의도대로 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실질적 영향력 행사의 결과로서 많은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기업관련 문제가 발생하기만 하면 분식회계의 문제가 제기되고 회계감사인의 책임문제가 항상 언급되는 것이다. 이러한 분식회계에 대한 최종적인 처리결과는 개인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조금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왜 강구하지 않는 것일까? 안 하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외부 회계감사인이 적발하지 못한 분식회계를 검찰이나 감사원에서 조사하면 확인할 수 있다. 과연 검찰이나 감사원 공무원이 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들보다 더 실력이 뛰어나서 그럴까?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검찰이나 감사원은 그 회사와의 관계에서 을의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회사의 처지에 대한 고려도 없이 철저하게 독립성이 확보돼 있기 때문에 분식회계를 비롯한 각종 위법행위를 있는 그대로 발견하고 그 사실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것이다. 단지 그 이유뿐이다. 만약 검찰이나 감사원조차도 정치권력이나 또 다른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마찬가지로 그 기관에서 발표한 조사결과는 믿을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독립성이다. 형식적인 독립성이 아니라 실질적인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하는 것이다. 가장 단순무식하게 떠오르는 방법은 정부가 회계감사원이라는 정부기관을 만들어서 회계감사원 소속의 공인회계사로 하여금 회계감사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외부 회계감사를 담당할 감사인을 회사가 선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회계감사인을 지정함으로써 회사와 감사인 간의 관계를 단절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이 강구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실질적인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개인의 윤리와 양심에 맡겨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배종일 (대신회계법인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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