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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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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블루스 시즌2 우리 동네 청춘] 창원 ‘웃길래’ 프로젝트팀

청춘 다섯, 그들에게 찍히면 '웃음' 터진다
우리 지역의 길·축제·상품 등을 영상으로 제작해 널리 알리기 위해
전문분야별로 뭉친 프로젝트 팀

  • 기사입력 : 2016-06-2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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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모두 5명이란다. 나이도 다르고 하는 일도 각기 다르다. 팀 이름은 ‘웃길래’라고 했다.

    웃길래? 작정하고 웃겨 보겠다는 다짐의 의미인지, 웃기고 자빠졌다는 비난의 의미인지, 여하튼 이름부터 웃기긴 웃겼다.

    게다가 이 팀과 인터뷰하고 있는 동안, 카메라를 설치해 인터뷰 장면을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었다.(기자는 그걸 까맣게 몰랐다!)

    이게 전부 다 재미있자고 하는 일이란다. 별 재미없는 세상에서 ‘무조건’ 재미있게 살아보려는 청춘들, 웃길래 팀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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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길래’ 팀원들이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의 사무실에서 웃길래를 외치며 뛰고 있다. 왼쪽부터 신용운, 송송이, 정동훈, 김용찬, 강상오씨.

    ◆웃길래의 탄생

    시작은 도원결의(桃園結義)같이 거창한 것은 아니었을 거다. 비록 유비 관우 장비는 아니지만, 천하를 호령하자는 것도 아니지만, 남자 셋은 뜻을 같이했다. 첫째 소외받는 지역을 조명하자, 둘째 그것을 영상이라는 콘텐츠에 담자, 셋째 무엇보다도 그 일을 하며 깨가 쏟아지는 재미를 느끼자. 강상오(35), 김용찬(33), 신용운(29). 세 사람은 지난해 8월 발족한 창창포럼에서 만났다.

    창창포럼은 창원에 사는 청년들의 창업 활성화를 위한 모임. 그렇다. 세 사람은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었고, 지금은 모두 꿈을 이뤘다. 강씨는 웨딩 관련 영상 제작 스튜디오를, 김씨는 음악 프로덕션을, 신씨는 공연기획사를 운영한다. 모두 창업주이자, 1인 기업이다. 각자가 하고 있는 일을 복숭아 나무 아래(?) 한데 모아 보니, 웃길래 프로젝트 팀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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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음넘치는 행복한 골목길 만들기 프로젝트 '웃길래' 팀원들이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의 사무실에서 웃길래를 외치고 있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용운,송송이,강상오,김용찬,정동훈./김승권 기자/

    ◆군항제에 좀비가 나타나면

    ‘웃길래’라는 이름엔 그들의 철학이 묻어 있다. 웃은 ‘웃기다’, 길은 ‘STREET’, 래는 ‘來’라는 뜻을 담았다. 동네 골목길을 테마가 있는 곳으로 만들어 지역에 이바지하면서도 덩달아 재미있고, 재밌게 하다 보면 돈도 들어오고. 이것이 웃길래 팀의 운영 계획이자 목표다. 하지만 첫 작품의 콘티를 짜면서 한계를 깨달았고, 그리하여 영입한 멤버들이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송송이(31)씨와 대학생 정동훈(25)씨다.

    이들이 지난 3월 처음 만든 영상 콘텐츠는 ‘벚꽃좀비’.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의 별명(봄만 되면 다시 가요차트에 나타나는 모습이 마치 죽었다 살아 돌아오는 좀비와 닮았다는 뜻)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군항제에 좀비가 출연하는 벚꽃엔딩 뮤직비디오를 만들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이 시초였고, 때마침 군항제 기간이기도 했다. 출연배우를 구하지 못해 웃길래 팀 멤버들이 분장을 하고 노래에 맞춰 벚꽃 사이를 어기적어기적 걸어다녔다.

    영상을 감상해 보면 알겠지만, 연기력이나 편집, 촬영기술 수준이 상당하다.(별 생각 없이 영상을 접한 기자는 솔직히 좀 많이 놀랐다. 이들이 제작한 다양한 영상 감상은 https://www.facebook.com/funny.ave에서.) 군항제는 워낙에 유명한 지역축제라 소외 지역을 조명하자는 웃길래 프로젝트 본연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일단 팀을 알리기 위한 포트폴리오 구축이라는 데 그 의미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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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동 난 널 원해

    두 번째 제작영상은 ‘창동 난 널 원해’. 창동을 무대로 드렁큰타이거의 히트곡 ‘난 널 원해’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젊은 남녀가 창동에서 이별과 재회를 겪으며 더욱 단단하게 사랑을 키워 나간다는 내용을 담았다. 창동아트센터, 옴샨티, 오소점빵, 레코드명곡사, 금강미술관 등 창동예술촌과 인근의 모습을 담았고, ‘벚꽃좀비’와는 달리 출연배우를 섭외해 완성도나 세련미가 높아졌다.

    이 작품을 만들면서 각자의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의미있고 재미있는 일을 병행할 수 있다는 걸 이론적으로가 아니라 몸소 알게 됐다. 모두 1인 기업이다 보니 기동력이 뛰어났고 부분적인 협업이 수월한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어쨌거나 일을 벌이면 돈이 들기 마련. 인건비를 제하더라도 나머지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느냐고 물으니, ‘100% 사비’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심지어 사비로 제작했다는 자막을 엔딩크레디트로 넣었다며 킥킥 웃는다.

    하여튼 재밌는 친구들이다. 하지만 돈 되는 일도 하기는 했다. 신랑 신부가 직접 자신의 결혼식 축가를 부르는 셀프축가 영상 제작. 편당 40만~70만원의 수익이 발생하는데, 지금까지 2편이 제작돼 신혼부부 두 쌍의 결혼식에 상영됐다. 이달 말에는 함안 강주마을 해바라기 축제 홍보영상 제작을 의뢰받아 기획 중이기도 하다.

    ◆청춘남녀 5명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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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홍보 강상오


    △강상오: 영상 관련 회사에서 일했다. 직장생활 15년 차 되던 2013년,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암을 발견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보니 행복의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치료 후 복직했지만 곧 직장을 그만뒀다. 영상 관련 창업을 모색하다 지금은 영상 제작 스튜디오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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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니저 김용찬


    △김용찬: 중소기업 관리부에서 일했다. 회사 내부 사정을 알 수 있는 업무다 보니 선임들의 갖가지 행태를 보게 됐다. 20~30년 후의 내 모습이 저렇겠다 싶으니 씁쓸했다. 작년 3월 회사를 그만두고 바깥세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평소 하고 싶던 음악 관련 창업을 알아봤다. 지금은 음악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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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편집 신용운


    △신용운: 마술 공연회사에 다녔다. 5년 정도 일하다 보니 한계에 부딪힌다는 느낌을 받았다. 회사 내에서 업무로 하는 마술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아니었다. 과감하게 그만뒀다. 마술 관련 공연 기획 창업을 하고 싶었고, 지금은 창원 봉암동에 작업실을 마련해 그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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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송송이


    △송송이: 기획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나만의 작품을 꿈꿨지만 회사에서 나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엔지니어에 가까웠다.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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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정동훈


    △정동훈: 경남대 경영학과 4학년이다. 즐거운 삶을 꿈꾸는 자세를 배우고 싶어서 웃길래 팀에 들어왔다.


    ◆지속가능한 일에 대해

    어떤 분야든 초심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질문은 ‘과연 네가 이 일을 지속할 힘을 가지고 있느냐?’일 것이다. 그러니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공교롭게 5명 대답이 모두 같았다. 일단은 재밌어야 한다는 것. “저희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재미없는 일은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았잖아요. 좋아하고, 재미가 있어야 지속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 일이 재미있는 한 계속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이들은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실제로 이것저것 관여하고 있는 일도 많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유닛을 이뤄 각자의 음악세계를 펼치듯, 이들 5명도 저마다 하고 싶은 일에 일부 멤버가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중복적으로 꾸려가고 있다. 이를테면 강씨, 김씨, 신씨는 따로 창업을 꿈꾸는 청춘들을 위한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연말에는 책 출간도 예정돼 있다.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

    허허벌판으로 나온 용감한 청춘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역공이 들어왔다. “기자님, 창업의 1단계가 뭔지 아십니까? 우습게도 ‘창업을 시작한다’랍니다. 그러니까 계획만 넘쳐나고 실행을 못하면 1단계도 넘지 못한 거죠. 저질렀느냐 아니냐의 문젠데, 사실 뭔가를 계획하는 이들의 90% 이상은 1단계에서 걸러집니다. 계획하지 말란 말은 아니에요. 막상 밖으로 나오면 더 중요한 건 실행력이라는 거죠. 아마 새로운 도전을 앞둔 사람들 거의가 공감할 걸요.” 아리송해하는, 소심한 직장인 기자에게 이들은 조금 더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 “만약에 기자님이 하고 싶은 일이 있어 회사를 그만둔다고 쳐요. 퇴직금 받겠죠? 그 돈으로 최소기간만 계획하는 거죠. 그 이후요? 그건 그때 해결하는 겁니다. 장기계획 짜는 거, 지금부터 관을 오동나무로 짤지 말지 고민하는 거랑 크게 다르지 않잖아요. 아니다 싶으면 당장 실행하세요. 아! 근데, 뒷일은 책임 못 집니다.”

    글= 김유경 기자 사진= 김승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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