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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드림- 이석례(수필가)

  • 기사입력 : 2016-06-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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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유? 사모님”

    택시를 타자 기사가 내게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반갑기도 했지만 깜짝 놀랐다. 일 년여 전 사마르칸트에 있을 때 택시를 타거나 시장에서 종종 한국어를 하는 우즈벡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한국에서 근로자로 돈을 벌어 자기 나라로 돌아가 차를 사거나 가게를 내거나 해서 그런대로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내가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사마르칸트 외대 한국어학과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때 새 학기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4학년 남학생 네 명이 이주근로자로 한국에 간다고 찾아왔다.

    전해에도 3,4학년 학생들 중 일곱 명의 남학생과 결혼까지 해 아이도 있는 한국어학과대학원 여자졸업생이 한국에 일하러 갔다. 그들은 목포, 거제, 대구, 성남 등 여러 공장에서 지금도 일하고 있다.

    가끔 그들에게서 안부를 묻는 연락이 오거나 페이스북에 올린 그들의 한국살이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하다. 언어는 도구적 기능으로 쓰이지만 그들이 한국어를 학문으로 전공하기보다는 한국에서 일하기 위한 수단으로 배우고, 학교 졸업도 안 하고 한국에 간다고 좋아하는 모습에 씁쓸했다.

    한국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인사말 다음으로 제일 많이 알고 있는 말이 ‘사장님, 사모님, 빨리빨리’다.

    우즈벡 사람들은 한국을 무척 좋아한다. 텔레비전에서는 우리나라 드라마가 자주 방영되고 차도를 달리는 차들 과반수가 한국차다. 많은 우즈벡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일을 해 돈을 벌고 싶어 한다.

    우리나라도 지금 농어촌이나 식당, 공장 등 여러 분야에서 이주근로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주근로자로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것은 국가 간 협약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을 인간적으로 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하다가 오른손 손가락 세 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청년, 도자기 공장에서 일을 하다 큰 화상을 입고 왔다며 흉한 화상 흉터를 내게 보여줬던 아주머니를 사마르칸트에 살 때 만났다. 그들은 그래도 한국 사람을 원망하거나 한국을 싫어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게 ‘일하고 돈은 제대로 받았나? 다쳤을 때 치료를 잘 받고, 보상금도 제대로 받고 돌아왔나?’ 등을 선뜻 묻기가 어려웠다. 일한 만큼 봉급도 받고, 다쳤을 때 한국 사람들이 많이 걱정해주고 치료도 잘 해주고, 보상금도 잘 챙겨줬다는 말을 듣지 못할까 봐.

    우리나라 사람들도 다른 나라에 가서 간호사, 광부, 건설회사 직원 등으로 또 여러 가지 일을 해 돈을 벌어오던 시절이 있었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점점 더 다문화사회가 되어 가고 있고 우리의 필요에 의해 이주근로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인권을 보장해주는 나라, 남의 형편을 이해하고 서로 도와가며 세계시민으로 살아가는 한국인이 돼야겠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또 석사까지 공부한 제자들이 이주근로자로 한국에 와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고 돈을 벌어 그들의 삶의 형편이 좋아지고 우리나라 경제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다행히 그런 사람들도 많이 있고 또 그런 꿈을 꾸고 한국으로 일을 하러 와 있는 제자들이 대견하다.

    이국에서 산다는 것이 무척 외롭고 힘든 줄을 알기 때문에 나는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자주 연락하고 만나고 있다.

    이석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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