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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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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 혜이불비(惠而不費)- 은혜를 베풀되 낭비하지는 않아야 한다

  • 기사입력 : 2016-06-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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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득한 옛날에 임금이 생기게 된 기원은 이러하다.

    어떠한 마을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판단을 내려 이끌어주고, 사람들 사이의 분쟁을 해결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처신을 올바르게 하고 통솔력이 있는 사람을 마을의 우두머리로 뽑았다. 곧 촌장(村長)의 탄생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군수, 도지사가 뽑히게 되고, 나아가 한 나라의 왕이 탄생하게 됐다.

    그러나 후세로 오면서 국왕은 자기에게 주어진 권력을 남용해서, 백성들을 위해 판단하고 통솔하고 봉사하고 헌신하는 것이 아니고, 천하 사람들을 멋대로 착취해 먹고, 마음대로 죽이고 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였다.

    여러 차례의 혁명을 거쳐 혈통에 의한 세습제가 아닌 국민의 선거에 의한 국민의 대표가 뽑히게 됐으니, 곧 대통령이나 수상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서 경쟁자를 물리치고 표를 얻어야 당선되게 되니, 표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정책을 내놓게 됐으니, 곧 선거공약이다.

    유권자의 환심을 사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경제적으로 파탄이 나 국가가 존속할 수 없는 나라가 지구촌 곳곳에 생겨나게 됐다.

    최근 영남권신공항 선정 문제가 대표적인 선심성 공약이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선거공약이었다가 2011년 백지화됐다. 가덕도와 밀양이 후보지로 올라 팽팽히 대결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문제지만, 부산과 경남, 경북 사이의 지역 갈등이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잠잠해졌던 영남권신공항 건설문제가 2012년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다시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다시 불이 붙게 됐다. 두 지역 간의 갈등도 더욱 고조됐다. 외국의 전문가로 구성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심사를 맡겨 지난 6월 21일 결과를 발표했는데, 기존의 김해공항을 확장해서 쓰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려면 근 10조원 가까운 건설비가 드는데, 김해공항을 확장하면 4조원 정도만 필요하여 6조원 가까운 국고가 절약된다고 한다.

    현재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쏟아부어 건설한 국제공항이 대부분 막대한 적자를 내며 놀리고 있다. 전남 무안, 강원도 양양, 충북 청주 공항 등이다. 김포와 김해만 적자를 면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또 공항을 건설하려고 하니, 모두 국민의 혈세를 허비하는 것이다.

    국가는 국가 전체적인 안목에서 공항을 건설해야지, 어떤 지역 주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건설하면 결국 나라를 망친다.

    정치가들이 은혜를 베풀어도 국고를 낭비하지 않는 차원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옳다.

    내년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또 어떤 대통령 후보가 영남권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놓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국민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생각해서 달콤한 선심성 공약에 표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惠 : 은혜 혜. *而 : 말이을 이.

    *不 : 아니 불. *費 : 허비할 비.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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