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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 이권능핍(以權凌逼)- 권력으로써 사람을 업신여기고 괴롭힌다

  • 기사입력 : 2016-07-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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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착한 사람들이 많지만 개중에는 악질적이고 간악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권력을 멋대로 휘두른 독재자들을 누구나 비난하지만, 권력을 잡을 기회를 얻지 못해 그렇지 권력을 잡을 기회만 있었다면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독재자들보다 더 나쁠 사람들도 많이 봤다.

    남자들은 군대 가서 많이 경험했겠지만, 조금만 권세를 부릴 수 있는 기관에 배치되면 자기보다 약한 병사들을 괴롭힌다. 헌병대, 보안대, 군수품 취급기관에 있는 군인들은 아무런 힘이 없는 보병이나 포병 등을 많이 괴롭혔다.

    필자가 근무하던 대대본부와 연대본부 사이에 헌병초소가 하나 있었는데, 연대본부에 일 보러 가려면 거치지 않을 수 없는 곳에 있다. 선량한 헌병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외출증을 빼앗는 등 괴롭히고 일을 못 보게 방해했다. 그래서 병사들 사이에 그 헌병초소를 ‘지옥관문’이라고 할 정도였다.

    대위 한 사람이 부임해서 대대본부 군수장교로 있다가 나중에 우리 중대장이 되었는데, 독신이다 보니 병사들이 먹는 라면을 자꾸 가져오라고 하기에, 식료품 취급 담당자인 필자가 참다가 참다가 용기를 내어, “이러시면 안 됩니다. 장교는 따로 부식비를 받으면서 병사들 먹는 라면을 가져가면 어떡합니까?”라고 했더니, 그때부터 필자를 괴롭히고 모욕을 주기 시작하는데, 정말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필자는 어려서부터 참을성이 있고 성을 잘 내지 않는 것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는데, 정말 살인의 충동까지도 느낄 정도로 야비하게 사람을 괴롭혔다. 어느 날 갑자기 부당하게 구타를 당하다가 필자가 이성을 잃어 모든 장교와 사병들이 보는 데서 중대장에게 반격을 가해 기절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정말 주먹에 살기가 돌았던 것이다. 그 뒤 다행히 은인을 만나 사태가 무사하게 해결되어 제대하게 됐는데, 40여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최근 개인의 인격이 많이 존중되고, 갑질하는 사람들이 사회의 비난을 받는 분위기가 됐지만, 아직도 덜 된 사람들이 곳곳에서 자기 손에 든 권력을 남용해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검사가 자살을 했겠는가?

    필자가 아는 분의 친구가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데, 기름을 유출해 환경단체의 고발을 당해 지방 검찰청에 불려가게 됐다. 들어서자마자 30대 중반의 검사가 72세 먹은 아버지뻘 되는 분에게 바로 험한 욕설을 퍼붓더라고 했다. 그 사장은 “잘못했습니다. 선처를 바랍니다”라는 말을 계속하는데도 검사는 욕설을 그치지 않더라는 것이다. 같이 따라간 담당자가 헤아려 보니,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48회나 하고 겨우 나왔다고 한다. 그 노사장이 한마디만 대항하면 구속이고, 그러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참고 나왔다고 한다.

    자기에게 주어진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되 공정하게 해야지 개인의 권위나 사욕이나 분풀이에 권력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

    *以 : 써 이. *權 : 권세 권.

    *凌 : 업신여길 릉. *逼 : 괴롭힐 핍.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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