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마늘쪽같이 생긴 고향의 소녀와
한여름을 알몸으로 사는 고향의 소년과
같이 낯이 설어도 사랑스러운 들길이 있다.
그 길에 아지랑이가 피듯 태양이 타듯
제비가 날 듯 길들 따라 물이 흐르듯 그렇게
그렇게
천연天然히
울타리 밖에도 화초를 심는 마을이 있다
오래오래 잔광殘光이 눈부신 마을이 있다
밤이면 더 많이 별이 뜨는 마을이 있다
☞ 박용래 시인은 ‘눈물의 시인’이라 불렸다. 길을 걷다가 만난 우체국을 보고 몇십 년 전에 누구한테 편지 부친 우체국이라면서 울고, 눈만 오면 울고, 고량주 한 모금 들이켤 때마다 울었다 한다. 이 시를 읽다 보니, 그 눈물의 이유를 알 것 같다. 자신의 울타리 ‘안’에만 화초를 심는 세상 탓이었으리라. 이웃도, 나라도, 지구도 모두 울타리 ‘밖’에 버려두는 세상 탓이었으리라.
시인이 꿈꾸는 세상은 소박하다. 자신의 울타리 ‘밖’에도 화초를 심는 세상이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거나 남의 칭찬이나 받으려는 마음에서가 아니라, 제비가 날 듯 길 따라 물이 흐르듯 ‘천연히’ 울타리 밖에도 화초를 심는 세상. 이중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