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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25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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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장승공예·예술가 김대현 씨

나무에 생명 불어넣어 꿈과 희망 전하는 ‘장승꾼’

  • 기사입력 : 2016-07-1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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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승은 우리나라의 마을과 절 입구, 길가에 세운 사람 머리 모양의 조형물을 말한다. 길가나 마을 경계에 있는 장승은 그것을 기점으로 거리를 표시하거나 마을의 수호신이며 신앙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처럼 예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장승을 제2의 인생 출발점이자 수신(修身)의 대상, 미래의 꿈이자 목표로 삼아 제작에 매진하고 있는 장승공예가가 있다.

    의령군 가례면에 거주하고 있는 장승명인 김대현씨(55). 목공예계에서는 그의 호인 송강(松江)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복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던 지난 11일, 의령군 가례면 괴진마을 맨 안쪽 깊은 산속에 있는 작업장을 찾았을 때도 그는 웃통을 벗고 온몸을 땀으로 적신 채 통나무를 다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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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이 춤추고 있다’

    김대현씨는 장승공예가이지만 기실 장승예술가이다. 그가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대한명인에 이름을 올린 것이나 한국을 넘어 외국에서까지 주목받게 된 것은 장승 제작에 있어 행위예술을 접목한 데다 이를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게 했기 때문이다.

    그는 수년 전부터 국내외 행사장에서 ‘드로잉 퍼포먼스’를 시연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그림이 춤추고 있다’로 표현하는 이 퍼포먼스는 흰 스크린에 그려지는 대형 수묵화이다.

    주로 솟대와 장승, 해와 달, 산과 같은 자연을 소재로 한 회화이기도 하면서 동양적 색채의 현대적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춤추듯 움직이는 붓끝에서 벌어지는 모든 대상은 밝으면서도 위엄이 있고 서로가 조화롭다.

    그는 드로잉 퍼포먼스가 세상에 나온 것은 장승과 함께 사람 속으로 뛰어들고 해외에도 우리의 멋을 더 널리 알리고 싶어서였다고 말한다.

    “작업장에서는 항상 다양한 모습의 장승을 조각하고 있지만 축제현장에서 초청받아 시연을 하다보면 역부족을 느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대로 된 장승을 완성해 보여 주기에는 시공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고민을 하다가 결국 여기에 착안한거죠. 빠른 시간에 제작 과정 전부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게 바로 드로잉이었습니다.”

    그는 장기간 연습을 거듭한 끝에 해외공연에서 희고 넓은 한지를 배경으로, 장승을 깎는 듯한 몸짓과 무술 동작을 겸비한 장승 춤을 춰가며 수십 차례 이미지 퍼포먼스를 연출해 갈채를 받았다.

    앞으로는 붓이 아닌 손가락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지두화 퍼포먼스로 외연을 확장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 민간외교사절 역할도

    그는 1998년, 장승 세계에 발을 디뎠다. 그 이전까지는 창원에서 실내인테리어 사업을 거쳐 양식집을 경영했지만 IMF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업을 접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을 무렵, 고성에서 탈 박물관을 운영하던 고향 선배 이도열 관장(66)이 구세주처럼 다가왔다.

    이 관장은 그에게 탈(장승)을 만들면서 몸과 마음의 탈을 탈탈 털어내는 게 바로 장승공예이자 병든 몸을 치유하는 자연치유 기법이라며 그를 정성껏 가르쳤다.

    타고난 손재주에다 해병대 출신다운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은 그를 빠른 속도로 변화시켰다.

    입문 1년 만에 불교장승 깎기대회 대상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대회에서 입상을 거듭하며 신진 장승공예가로 주목받게 됐고 장승 장인 반열에도 올랐다.

    2001년에는 해외에도 진출했다. 일본 나고야민속촌을 시작으로 미국과 하와이 한인이주 100주년 기념행사를 비롯해 최근까지 영국 호주 싱가포르 남아공 프랑스 러시아 등 24개국을 방문, 한국의 장승과 솟대를 알리고 기법을 가르치며 민간외교사절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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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현씨가 의령군 가례면 작업장에서 선물용의 작은 목공예품을 제작하고 있다.


    ◆초등학교와 장애인들에 재능기부 나서

    김씨는 그동안 여러 지역에서 공방을 했으나 더 좋은 환경의 작업장을 물색한 끝에 3년 전 의령으로 이주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장승은 나를 지켜주는 신장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렵고 힘들 때 용기를 주고 세상 풍파를 헤쳐 나갈 수 있게 해주는 듬직한 나의 동반자이자 지킴이이면서 몸과 마음을 갈고닦는 대상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는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자, 수년 전부터 주변을 돌아보며 재능기부에 나섰다.

    의령군이 귀농·귀촌인의 재능을 활용한 지역문화 발전 촉진과 주민과의 소통시책을 추진하면서 그도 동참해 귀촌인 재능기부의 대표적인 사례로 인정받았다.

    그가 살고 있는 가례면의 초등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전통공예 체험 활동을 지도하고, 수성마을 입구에는 솟대를 설치해 아름다운 농촌 경관 조성과 전통계승에 앞장서고 있다.

    또 지정면 장애인 복지시설 ‘의령 사랑의 집’ 원생들과 함께 솟대, 장승 만들기와 전래놀이 죽마타기, 죽 굴렁쇠 만들기를 지도하면서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올가을부터는 군민들을 대상으로 장승과 솟대교실을 무료로 열 계획이다.

    ◆장승 솟대공원 조성, 지역명소로 만들고 싶어

    그는 스스로를 ‘장승꾼’이라 칭한다. 입문 후 지금까지 현대적 공구인 엔진톱이나 전기톱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도끼와 자귀, 조각 끌만으로 작업하는 순수 전통방식을 고집해 오고 있다.

    조각 끌을 사용하면 다양한 형상을 연출할 수 있고 더욱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자 고집이다.

    “나무망치로 두드리고 조각 끌을 손으로 밀 때 나뭇결을 어루만질 수 있고 긴 작업 끝에 흘리는 마지막 한 방울의 땀이 마침내 장승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 봅니다. 그래야만 살아 숨쉬는 듯한 장승을 조각하는 것이죠.”

    장승과 솟대가 삶의 전환점이 된 김대현씨는 사라져 가는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지켜야 하는 사명감을 갖고 영원히 장승꾼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앞으로의 꿈은 ‘장승 솟대공원’을 조성해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우리의 얼이 닮긴 민속 문화를 전수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전국에 있는 장승과 솟대도 복원해 경향각지에서 찾는 지역명소로 만들고 싶은 야망을 갖고 있다.

    그의 작업장 입구에는 ‘파랑새 공방’이란 팻말이 서있다. 새싹들에게 푸른 꿈을 안겨주고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소망의 상징 ‘파랑새’를 공방이름으로 사용하게 됐다는 말에서, 또 하나의 희망과 사람 사는 세상을 본다.

    글·사진=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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