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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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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공의(公義)- 서휘(창원문성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6-07-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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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여행 중 “교육부 고위간부 ‘민중은 개·돼지…신분제 공고화해야’”란 헤드라인을 접하며 “설마?”하면서 본문을 읽었습니다. 본문에서 우려했던 내용을 확인함에 경악과 함께 땅이 꺼질 듯 한숨만 나옵니다. 그 고위간부의 직책이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 정책기획관(국장)이라니 그 동안의 국가 교육정책에 대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추진해 왔을지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의심과 걱정에 가슴이 답답합니다.

    문득 몇 년 전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전해준 “슬프게도 세상은 선한 사람들이 아니라 악한 사람들이 지배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래도 선한 사람들 때문에 악한 사람들이 조금은 자기들 마음대로 못한다고 합니다. 차마 못하는 일들이 많다고 하네요!”라는 말이 머리 속을 어지럽힙니다. 그러자 곧 공의(公義)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모든 국민은 가정, 직장, 국가에 소속된 한사람으로서 공의를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 생각납니다.

    공의가 무엇일까요? 공의란 법률적·도덕적으로 정의로움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끔씩 돈이 곧 권력이며, 권력이 곧 법률이며 정의로움을 대변하고 있음을 목격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가끔씩’이 대부분 아주 중요한 순간이란 점이 큰 문제입니다. 이 중요한 순간의 결정이 공의에 따른 선택이 아닐 경우 우리는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그 중요한 순간에 정책을 총괄 추진하는 직책의 고위 공직자가 옳지 않은 사상을 가지고 있을 경우, 과연 그가 추진한 정책들이 공의에 따른 선택임을 보장할 수 있을까요?

    공의란 단어의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가 곧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민주주의(democracy)라는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語)의 ‘demokratia’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이 단어는 ‘demo(국민)’와 ‘kratos(지배)’의 복합명사로서 ‘국민의 지배’ 또는 ‘국민에 의한 지배’를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국가의 고위 공무원이 “민중은 개·돼지다.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그 민중이란 의미는 국민의 99%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얼마 전에 읽은 책의 “역사를 없앨 순 없지만, 후세들이 우리와 같은 치욕의 역사를 경험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라는 대목이 생각날 정도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어떤 생각이나 말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볼테르의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라는 명언이 프랑스의 민주주의 정신인 관용(똘레랑스·tolerantia)에 녹아들어 있음을 너무나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자신이 지금 박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그 교육부 고위 간부를 위해서 끝까지 싸워줄 수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그가 언급한 1%의 국민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득 관상의 으뜸은 심상(心相·마음의 모양)이란 말이 생각납니다.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국가 고위직의 직책에는 심상을 기반으로 한 인사 규정이 도입돼야 할 것입니다.

    대원군이 남긴 명언 중에 “群(군·군중)은 勢(세·권력)를 따르고, 勢(세)는 群(군)의 의견을 따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명언을 역으로 해석하면, 대중은 권력이 있는 쪽을 따를 수밖에 없고, 권력이 있는 쪽은 대중의 의견인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의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침묵의 소용돌이(Spiral of Silence)’에 빠져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서 휘 (창원문성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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