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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파시스트를 처벌하고 고시제도는 폐지하라- 황선준(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 기사입력 : 2016-07-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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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의 나향욱 정책기획관이 7월 7일 저녁 경향신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 나아가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라는 발언을 했다.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고위 간부의 입에서 나온 너무나 충격적인 발언이라 경향 기자들이 수차례에 걸쳐 해명의 기회를 주었으나 나 기획관은 문제의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다.

    교육부의 정책기획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대학구조개혁 같은 교육부의 주요 정책을 기획하고 타 부처와 정책을 조율하는 핵심 보직이다. 공교육 정책의 가장 핵심적 위치에 있는 교육공무원의 철학으로서 99%의 국민이 교육을 통해서도 계층이동이 불가능한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것은 교육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처사이다. “우리가 개·돼지면 우리의 세금을 먹고사는 그는 기생충”이라는 분노에 찬 말이 전혀 지나쳐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 사태를 보며 크게 두 가지를 고민했다.

    첫째, 민주사회에서 이와 같은 극우 파시스트적 사고를 가진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은 없는가? 헌법 제11조 1항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제2항에 의하면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나 기획관의 신분제 공고화는 제2항에 따라 있어서는 안 되는 제도이며 제1항의 신분으로 인해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정신은 이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하위 법률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소위 극좌 또는 종북세력의 유사한 행위나 발언은 국가보안법이 있어 이를 남용하면서까지 처벌하지만 극우 파시스트적 언행은 처벌할 법이 없다.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우리도 스웨덴처럼 개인이 아닌 그룹에 대한 혐오나 위협을 가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혐오범죄방지법(Hets mot folkgrupp)을 제정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나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적 언행, 일부 기독교인들의 동성애 및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성 발언이나 위협은 도를 넘고 있다. 나 기획관이 공무원이기 때문에 국가공무원법의 품위유지 의무조항에 따라 중징계인 파면까지 가능하지만 공무원이 아닌 경우에는 속수무책이다.

    둘째, 나 기획관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교육부의 요직과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올해 3월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했다고 한다. 행정고시가 과연 간부 수급의 효율적 제도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비록 나 기획관 정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행정고시를 통해 승진한 관료들 중 얼마나 많은 공무원이 선민의식으로 섬겨야 할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자신과 다른 출신 공무원을 업신여기는지 궁금하다. 고시제도가 우리사회의 위계질서를 뚜렷이 하고 그러한 위계질서로 인해 구성원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아랫사람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비민주적 권위주의 사회를 고착화하는 것이 아닌지 크게 우려스럽다. 나 기획관의 ‘출발점부터 다른데 어떻게 평등할 수 있나, 차라리 신분제가 더 좋다는’ 발언은 이러한 우려를 한층 더 강화시킨다. 왜 일부 선진국에서는 바로 간부가 될 수 있는 사관학교, 경찰대학 및 고시제도 없이 모두가 같은 선상에서 출발해 뚜렷한 공동체철학, 능력 그리고 민주적 지도력에 따라 간부로 승진하게 할까? 과연 우리나라의 고시제도나 간부 선발기관이 진정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간부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데 효율적인가? 그렇게 보기 어렵다.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국민혐오적 발언은 결코 한 개인의 일탈적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 최근에 있었던 수많은 ‘갑질’ 또는 ‘금수저·흙수저’ 논란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성숙한 민주사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극좌뿐만 아니라 극우도 처벌해야 하고, 강한 위화감을 조성하고 권위주의를 공고히 하는 간부 선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황선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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