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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권력의 칼날, 머리 위의 칼날- 노동일(경희대 법대 교수)

  • 기사입력 : 2016-07-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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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모클레스의 검’. 그리스 전설에 나오는 이야기로 권력의 위태로움을 경고하기 위한 우화로 사용된다. 다모클레스는 기원전 시칠리아 시라쿠사의 왕인 디오니시우스의 신하였다고 한다. 그는 온갖 아첨을 늘어놓으며 왕의 심복이 됐다. 왕이 얼마나 행복한지 찬양해 마지않는 것도 아부 목록에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왕이 다모클레스에게 제안한다. 그토록 부러워하는 왕의 자리에 앉아 볼 기회를 주겠다고. 다모클레스는 감격과 함께 왕좌에 올랐다. 세상을 내려다보며 즐기는 동안은 최고권력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만끽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득 천장을 쳐다본 순간 감격은 공포로 변했다. 머리 위에 한 올의 말총에 매달아 놓은 예리한 칼이 왕좌를 겨누고 있었던 것이다.

    1961년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유엔연설 중에 핵전쟁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이를 인용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로 미·소가 핵전쟁 직전까지 치달으면서 ‘다모클레스의 검’은 일촉즉발의 위험을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하지만 본래는 권력의 자리가 항상 칼날 아래 있는 왕좌처럼 위험한 것임을 강조한 내용이다. 권력이 주는 행복만 누리다가는 칼날에 다칠 수 있다. 권력이 높을수록 매달린 칼날에 가까이 가는 셈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최고권력자나 그 주변인일수록 더욱 권력의 위험을 경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새누리당이 다시 한 번 풍파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총선 백서가 나오자마자 윤상현, 최경환 의원 등의 공천 개입 녹취록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비박이 또 한 번 일전불사 채비를 갖추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다는 말밖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아무리 쪼그라들었어도 새누리당은 명색이 집권당이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모이면 나라의 엄중한 상황을 걱정한다. 경제는 한없이 추락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은 늘어만 간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급한 것은 안보라고 한다.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감수하더라도 사드 배치를 하는 논리도 그런 인식 때문이다. 그래서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하는 안보는 평안한가.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우리끼리 벌이는 멱살잡이는 언제 끝날지 가늠조차 어렵다. 사드 배치의 찬반을 떠나 지금 벌어지는 소동은 집권세력의 미숙한 국정운영 때문이다. 우리 내부의 문제조차 제대로 풀어갈 능력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앞으로 미·중 갈등이 더 커질 때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은 더더구나 기대하기 어렵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 새누리당의 책임이 참으로 크고 무거움을 느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모두가 한 줌의 권력 다툼에 취해 있을 뿐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한다.

    가장 큰 원인은 모두가 권력을 누리려고만 했지 권력의 엄중함을 알지 못한 데 있다. 녹취록에 나오는 대화 내용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윤·최 의원은 모두 ‘대통령의 뜻’을 빙자하고 있다. 여우가 호랑이의 그림자를 빌려 위세를 과시하는 호가호위의 전형적 모습이다. 총선 전 드러난 것처럼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해 욕설을 할 수 있었던 배경도 마찬가지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국민들 앞에서 그토록 안하무인 격인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믿는 구석 때문이다. 모두가 권력의 단맛에 취해 권좌 위에 달린 칼날을 알지 못한 것이다. 시기가 문제일 뿐 한 올 머리카락에 매달린 칼날은 조만간 떨어질 때가 온다. 바로 지난 정권에서 이상득, 박영준, 최시중 등의 추락을 목격하지 않았는가. 문제는 ‘다모클레스의 검’ 이야기가 권력의 위험성을 경고한 본뜻으로 끝나지 않는 데 있다. 권력이란 그걸 믿고 함부로 나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친 사람들이 먼저 나서주어야 할 텐데…. 머리 위에 칼날이 떨어져야 비로소 아는지 걱정만 더할 뿐이다.

    노 동 일

    경희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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